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인사 키워드 역시 '세대교체'였다. 60대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50대 젊은 수장을 선임하는 이른바 '60대 룰(60대 이상 용퇴)'이 적용됐다. 금융계열사 5곳 중 3곳의 CEO 얼굴이 바뀌었다.
새로운 금융계열사 수장에는 맏형 격인 삼성생명 출신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부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 제한) 움직임 강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수장 대거 포진…'세대교체' 50대 기수론
이번 인사에서 삼성 금융계열사는 50대 수장을 전진 배치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젊은 수장을 앉혀 안정과 함께 정체된 금융산업 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에 내정된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의 새로운 CEO 모두 50대다. 기존 대표 체제가 유지된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을 비롯해 삼성 금융계열사 모두 50대 수장이 자리 잡게 됐다.
삼성생명의 새 대표 자리에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내정됐다.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가 최근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표명한 데 따른 인사다. 전 내정자는 2015년 이후 삼성생명으로 복귀하게 됐다. 전 내정자는 원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2015년까지 29년간 삼성생명에서 근무하며 삼성생명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의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부터는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을, 2018년부터는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했다.
전 내정자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근 저금리에 보험회사들이 자산운용 부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적임자라는 평이다.
삼성생명 측은 “전 내정자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출신으로 금융업 전반에 걸친 종합적 안목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올해 창립 63주년을 맞는 삼성생명 혁신을 가속화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계열사 맏형 삼성생명 출신 약진
특히 이번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는 삼성생명 출신 부사장들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후임으로는 김대환 삼성생명 경영실장(부사장)이 추천됐다. 삼성자산운용 사장에는 심종극 삼성생명 FC영업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2015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금융일류화추진팀 멤버로 활약하다 이듬해 삼성생명으로 복귀했다. 이후 경영지원실 상무, 전무 등을 거쳤다. 심 내정자는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생명 해외투자팀과 소매금융사업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자산운용과 금융마케팅 관련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에서도 전자와 금융계열사간 순환 이동은 없었다. 과거 삼성은 삼성전자 DNA를 전 계열사로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전자와 금융계열사 간 순환 이동을 장려했다. 실제 2013년 취임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경우 삼성전자 인사팀장 출신이다. 하지만 정부의 금산분리 움직임이 강화하면서 이런 추세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사 CEO 취임시 금융사 경험이 없으면 자격 요건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2018년 삼성생명 사장으로 내정된 현성철 사장의 경우 생명·SDI·카드·화재 등을 거쳤고, 같은 해 내정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인사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 등 삼성화재에서만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핵심 요직을 거친 인사였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유임됐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증권을 계속 이끌게 됐다. 최 사장과 장 사장은 모두 1963년생(57세)이며,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2020년 정기 임원인사도 조만간 마무리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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