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 유통업계, 체험형 매장 늘린다

가전유통업계가 디지털과 온라인에 익숙한 경제 주체를 잡기 위해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디지털노마드와 1인 가구 증대, 2030세대의 똑똑한 소비(편리미엄)가 새로운 경제 트랜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보다 꼼꼼한 가격 비교에 익숙하고 유행이 아닌 자신만의 소비 성향에 맞춰 언제든지 지갑을 여는 '디지털 2030세대' 공략을 위해서다.

여기에 최근 1인 가구 급증은 렌탈·가전 제품과 엔터테인먼트(게임) 디지털 기기 소비 증가를 촉발하며 온·오프라인 커머스 경계를 허물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오프라인 유통매장들이 체험이라는 기능을 내세워 1인가구 주체인 디지털 노마드층 공략에 나섰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일렉트로마트(이마트), 전자랜드 등이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의 체험형 캠핑 부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의 체험형 캠핑 부스.

젊은 소비층 공략과 함께 보고 사는데 익숙한 경제 중장년층 소비까지 유입시키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잠실에 플래그십 매장 메가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올해 10곳 주요 거점에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만 수원, 울산, 안산 등 3곳 지역 오픈 후 전국 플래그십 라인업을 갖추기로 했다.

전자랜드도 이미 전국 125개 매장 중 66곳을 체험형 매장인 '파워센터'로 리뉴얼했다. 올해 기존 매장 리뉴얼 및 신규매장을 포함해 10~15곳을 오픈할 예정이다. 전자랜드는 파워센터에서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보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일렉트로마트도 체험형 매장 강화에 가세했다. 2019년 기준 44개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해에만 13곳을 오픈했다. 올해는 10곳 정도를 더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전기자전거, 전동휠 등을 취급하는 엠라운지, 각종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일렉트로VR' 등을 확대해 트렌드를 선도하고 오프라인 매장만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플래그십 매장 도입은 실제 오프라인 유통사 매출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신드 파워센터 서수원점 냉장고 매장.
전자신드 파워센터 서수원점 냉장고 매장.

롯데하이마트 메카스토어 잠실점은 개장 후 첫 주말 매출이 리뉴얼 전보다 3배가량 뛰어올랐다. 전자랜드도 파워센터를 2017년부터 리뉴얼하면서 2년 연속 매출 성장률이 상승했다.

차별화된 체험형 콘텐츠를 매장에 접목해 2030세대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남성층 소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이 경쟁적으로 확산되자 유통업계는 점포 확충에 이어 '차별화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체험형 매장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자사만의 독특한 마케팅과 체험 툴을 입히고 있다.

체험형 공간을 다양하게 갖춘 일렉트로마트 킨텍스점.
체험형 공간을 다양하게 갖춘 일렉트로마트 킨텍스점.

일렉트로마트 가든파이브점의 경우 PS4 등 콘솔게임부터 PC 게임까지 게임에 관한 모든 상품을 한데 모아 매장에서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는 '게이밍 존'을 오픈했다. 마이크, 짐벌, 조명 등 100여종 방송촬영 관련 장비를 판매하고 직접 1인 방송 체험도 해볼 수 있는 '1인 미디어 전문숍'도 열었다.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혼족 가전이 인기를 끌면서 '싱글 라이프' 특별 매장도 구성했다. 이마트는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마트 출점 확대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이마트도 1인 방송 시설, e스포츠 대회장, 전기자동차, 자전거, 캠핑카, 요트 등 전문숍을 갖췄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 도렐커피 카페는 제주도 특색을 살리기 위해 현무암까지 현지서 공수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 도렐커피 카페는 제주도 특색을 살리기 위해 현무암까지 현지서 공수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체험 코너들과 더불어 카페 '도렐커피', 5G체험 고객 휴식 공간 등 휴식과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체를 재구성해 고객 체류를 늘렸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타 매장에 비해 체험요소와 휴식공간을 많이 배치했다. 또 가전제품 전시를 집안 환경과 비슷하게 꾸몄다. TV 앞에는 소파와 테이블을 두고, 실제 화면의 크기, 화면과 소파의 거리를 직접 느끼면서 제품이 자신의 집과 취향에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유통사 관계자는 “전기레인지 화력이나 청소기 흡인력 등 온라인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제품 성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