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가 장비분야 차세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기획한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이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최종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 장비분야 과제를 담은 R&D 사업으로, 이미 예타 면제를 받은 일부 사업을 제외한 장비 R&D 사업이 다시 기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응이 시급한 과제 외 차기 대형 R&D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산업부가 약 7100억원 규모로 추진하던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이노베이션 기술개발사업'이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하지 못했다. 일몰사업을 제한적으로 연장해주는 '일몰사업 관리 혁신' 대상으로 지정된 기계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과 중복된다고 지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제조장비 스마트화를 큰 목표로 2021년에서 2027년까지 추진할 계획으로 사업을 준비했었다. 소부장 중 장비 쪽 핵심 과제를 담았다. 우리나라가 매번 국산화에 실패했던 CNC 개발 사업 등 스마트 제조 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핵심 과제를 반영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뒷받침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비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포함했다.
사업 중 차세대 CNC를 개발하기 위한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사업'은 지난해 8월 예타 면제 과제에 선정됐다. 산업부는 이 외 과제로 예타 절차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예타에 최종 통과되지 못하면서 과제를 재기획하거나 대체 과제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3조원 규모 소재·부품 R&D 사업도 재기획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장비 분야 R&D도 재기획하기로 하면서 소부장 차기 R&D 사업이 올해 다시 구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로 정부 R&D 역사상 최초로 예타 면제 사례가 나오는 등 소부장 분야에서 시급한 R&D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패스트트랙 등 과제를 정비했다. 그러나 차기 대형 R&D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평가 절차는 더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R&D 전문가는 “기존 사업이 일몰관리 혁신 사업으로 배정되거나 일부 과제가 예타 면제를 받으면서 신규 대형 사업으로 예타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새로 사업을 추진해도 (일몰된) 기존 사업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대형 R&D 과제로 예타를 통과하더라도 기존에 기획된 사업 방식으로만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 변화에 적기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예타를 통과하더라도 예타 평가 받은 대로 5년 전에 기획한 주제로만 추진해야 한다”며 “예타를 통과한 대형 R&D 사업은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연내 다시 차기 장비 R&D를 기획하고 예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반기 안에 사업을 신청하지 못할 때에는 사업 추진 시점이 2022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기계핵심기술개발사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역할 배분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있었고 사업 필요성 등은 인정받은 상황”이라며 “연내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