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으로 완성차 업계에 일감확보가 시급해졌다. 일감확보가 일자리 감소 수준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맴돈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생산이 전년에 비해 적게는 6%, 많게는 24% 줄었다.
한국지엠은 40만9830대로 -7.9%, 르노삼성차는 16만4941대로 -23.5%, 쌍용차는 13만2994대로 〃6.4%를 기록했다. 지난해 생산인력 파업 영향도 있지만, 내수 시장 판매 부진과 수출 계약 만료로 일감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르노삼성차는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이 올해 3월까지면 끝난다. 연 10만대에 달하던 생산 물량이 이미 작년에 35%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3월 국내에 나올 신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에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그룹 전체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처음 양산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는 'XM3' 내수 물량에 더해 유럽 수출용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해서 닛산 로그 공백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르노그룹이 XM3 생산 공장을 확정하지 않은 가운데 르노삼성차 노사는 기본급 인상을 두고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는 등 격하게 대립 중이다. 이 가운데 르노그룹의 드 로스 모조스 제조총괄부회장이 29일 부산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모조스 부회장은 작년에 르노삼성차 노조 파업 중에 부산공장을 찾았을 때 “현재 부산공장 생산비용은 이미 르노그룹 공장 중 최고 수준”이라며 “생산비용이 더 올라가면 미래 차종 및 생산 물량 배정 등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도 23일부터 일단 대치를 풀었고, 다음 달 4∼7일에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집중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임단협 결과가 나와봐야 부산공장이 XM3 일감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투리스모' 등 단종으로 서 있는 공장 라인을 다시 가동하려면 당장은 대주주 마힌드라가 추진하는 '포드' 등 해외 업체와의 제휴 성사가 중요하다.
올해 국내 출시 예정인 신차가 없어, 국내외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신차 연구개발을 위해 마힌드라가 공언한 투자금 2300억원이 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쌍용차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복직 예정이던 해고자 46명을 현업에 배치하지 않고, 지난해 말 갑자기 유급휴직으로 전환해뒀다.
한국지엠은 최근 소형 SUV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나오면서 모처럼 분위기가 밝다. 서둘러서 이달 말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경영정상화 교두보 마련을 위해 준비한 야심작이다. 수출 주력차종이면서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