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벤처 투자가 역대 최초로 4조원을 훌쩍 넘겼다. 2018년 엔젤 투자도 18년 동안 깨지지 않은 제1 벤처붐 시절의 투자액을 돌파했다. 순수 민간펀드 금액이 35%를 차지하는 등 민간투자가 적극성을 띠면서 '제2 벤처붐'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역대 최대 투자 실적에 힘입어 올해 9000억원의 투자자금을 모태펀드에 출자, 벤처 기업들의 성장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지난해 벤처투자액과 2018년 엔젤투자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4조277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3조4249억원 대비 25% 증가,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2018년 엔젤투자액도 5538억원을 기록하며 제1 벤처붐 시절인 2000년의 5493억원을 뛰어넘었다.
벤처 투자의 급증 요인으로는 민간투자 증가가 꼽힌다. 지난해 모태펀드가 아닌 순수 민간펀드에서 투자된 금액은 1조4768억원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순수 민간펀드는 2015년에 21.4%를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벤처펀드 참여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2017년 8300억원의 대규모 추가경정 예산안으로 조성된 모태펀드에서도 9154억원이 투자되며 마중물 역할을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규 투자 분야도 대폭 늘었다. 특히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액이 1조7060억원으로 2018년보다 27%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 수도 1608개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특히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68개사로 2018년보다 33% 증가했다. 바이오업체인 디앤디파마텍은 8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최초로 한 해 동안 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됐다.
사상 최대의 벤처 투자를 기록하면서 국가별 벤처 투자 비교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도 0.22%로 상승했다. 이로써 미국(0.4%), 이스라엘(0.38%), 중국(0.27%)에 이어 4위에 올라 '제2 벤처붐'이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역대 최대로 편성한 예산 8000억원과 회수 재원을 합해 총 9000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를 말한다.
박 장관은 “출자 재원의 절반 이상인 5200억원을 창업 초기에 투입하고 나머지 3800억원은 후속 투자 촉진을 위한 도약 단계에 투입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벤처 투자 역시 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가 전망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