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작년 영업이익률 '뚝'…올해도 가시밭길 예고

지난 1일 진행한 이마트 초탄일 행사
지난 1일 진행한 이마트 초탄일 행사

지난해 국내 대형유통업체 수익성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격·판촉경쟁 등 비용 부담이 심화된 탓이다. 올해도 민간소비 부진과 온라인 고객 이탈이 심화되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저조한 실적을 지속할 전망이다.

3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업체의 지난해(1~3분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2.3%로 전년 동기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 4.8%에 달했던 유통업 영업이익률은 정부 규제와 소비패턴 변화가 맞물리며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송민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강도 높은 가격·판촉 정책으로 매출 하락은 방어했지만 이로 인해 수익성도 꾸준히 저하됐다”고 말했다. 집객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존점 리뉴얼과 초저가 정책, 신규 투자로 인해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0.9% 줄며 5년 만에 역성장 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4.2%나 증가했다. 단순 소비패턴 변화뿐 아니라 무신사·마켓컬리 등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신규 채널도 늘어났다.

온라인 시장 침투는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3.2%에서 지난해 28.1%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맞선 기존점 리뉴얼과 신규 점포개발, 물류 인프라 투자 등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수익성 개선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외부 환경도 비우호적이다. 특히 민간소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를 상회하고 작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8%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대형마트 수익성 하락이 다른 업태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대비 5.1%나 감소했다. 소비가 온라인·편의점으로 전환되며 업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까지 줄었다.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송 실장은 “대형마트는 기존점 총매출이 역성장한데다,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판관비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 저하된 수익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화점도 소득 양극화와 밀레니얼 세대에 힘입어 명품·리빙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저마진 카테고리에 기댄 실적 개선은 한계가 있다. 2015년 한 자릿수에 그쳤던 백화점 명품 브랜드 매출 비중은 지난해 23.3%까지 확대됐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6.1%에서 4.8%까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업체는 온라인 신사업과 기존 사업의 시너지 여부와 투자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라며 “보유 자산에 기반한 재무탄력성을 토대로 부동산 자산 활용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