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귀에 꽂으면 끝부분이 길쭉하게 튀어나온 탓에 사람들은 ‘콩나물’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에어팟은 사용자의 행동과 시장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가령 과거에는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때만 무선 이어폰을 착용했다면, 에어팟의 경우 당장 사용하지 않고 있어도 귀에 항상 꽂고 다닌다. 이런 사용자들이 세계적으로 급격이 늘어나면서 급기야 ‘히어러블(hear+wearable)’ 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이 시장에는 애플뿐만 아니라 이미 참여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는 물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 기업들뿐만 아니라 각국의 스타트업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은 8,45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3분기보다 무려 95%가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무선 이어폰 판매량 증가 폭은 같은 기간 무려 242%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분기 웨어러블 시장에서 스마트밴드가 23%, 스마트워치는 21%를 기록한 반면 무선 이어폰의 점유 비중은 49%로 조사됐다. 2021년에는 출하량 1억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무선 이어폰을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귀에 늘 꽂고 다니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무선 이어폰을 이용하여, 용건이 있을 때에만 통화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그냥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마치 채팅하듯 드문드문 대화하고 그때그때 느낌을 공유하는데 그들의 이런 방식을 '오픈 오디오', '오디오 스페이스'라고 부른다. 각자 다른 곳에 있으면서 소리로만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새로운 가상 공간이 창출된 것이다.
히어러블 기기의 확산은 특히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에 커다란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현재 히어러블 기기는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입과 가까운 곳에 착용, 음악 듣기나 통화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지만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과 연결되고 이를 통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나아가 스마트홈 등과 연계될 경우 그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한하다라는 평가이다.
에어팟은 이미 “시리야”란 호출로 전화, 음량조절, 음악재생 등을 말로 명령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달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통해 신제품 ‘갤럭시 버즈’를 소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로 인공지능과의 연계와 음성인식의 활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국의 스타트업들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히어러블 기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히어러블 기기로 새롭게 열린 가상 세계인 '오픈 오디오' 혹은 '오디오 스페이스'는 손을 이용하지 않고 음성으로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함은 물론 음성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추가함으로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인 사용자 경험(UX)을 가능하게 한다. 이동 시, 차 안에서, 야외에서,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 일을 하고 공부할 때, 손으로의 터치나 조작이 미숙한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휴대폰 사용이나 스마트 기기 이용 및 인터넷 활용에 있어서 히어러블은 최고의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돌파구로도 평가받는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적으로 상향 표준화되고 보급률은 포화 상태다. 무선 이어폰을 활용해 침체된 시장을 돌파하는 것이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목표다. 실제 구글이나 아마존의 히어러블 시장 진출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구글은 작년 10월에 공개한 ‘픽셀 버즈2’를 올해 초 내놓을 계획이며 초기 물량은 합쳐서 1,000~2,000만 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히어러블 시장이 새롭게 부상하고 또 주목을 받는 시기에 국내에서는 전자신문인터넷이 때맞춰 히어러블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은 오는 2월 19일(오후 2시~6시) 잠실역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히어러블(Hear+Wearable) 빅뱅 콘서트 2020'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UX트랙, SK텔레콤 AI서비스단, LG전자 AV상품기획팀 등에서 참여하여 2020년 히어러블 기기와 서비스 및 시장 전반에 대해 열띤 발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에 대한 보다 상세한 사항은 전자신문 홈페이지(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136)를 참조하면 된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