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합성어(Proptech)로 부동산업과 기술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서비스, 기업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009년 영국이 주도하기 시작한 프롭테크는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테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프롭테크는 IT 기술 발전과 연관성이 높은 분야다.
프롭테크의 사업 영역을 살펴보면 매물 중개 및 임대, 부동산 투자 및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자금 조달, 스마트 빌딩 등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영역으로 나뉜다. 가만히 살펴보면 기존 부동산 시장의 사업 영역과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 산업에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프롭테크의 등장으로 생겨난 변화 첫 번째는 일반 소비자의 데이터 접근성 및 전문성이 강화돼 부동산 정보를 이전보다 쉽게 얻을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매물 중개 및 임대 분야에 부동산 앱 다방과 같은 형태가 등장하면서, 지역별로 평균 시세 등을 확인한 뒤 모바일 앱으로 매물을 보고 방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직접 현장에 나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수고를 줄여주는 것.
두 번째로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효율적인 경험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모 브랜드 아파트 광고에서 보듯 이제는 집 밖에서 보일러를 켜고, 가스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건설 분야에서는 어떤가? AR 기술 등을 통해 대규모 건설 현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시공간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금액적인 제약도 해결해 줬는데, 보통 수도권 지역에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면 억 단위를 생각하게 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투자를 하게 되면 적게는 십만 원 단위부터 부동산 투자가 가능해졌다.
세 번째로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더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IoT(사물인터넷)와 만난 스마트빌딩은 자동으로 건물의 온도를 조절해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세이빙 기술’도 자동으로 들어간다. 이제는 내 말을 알아듣는 스피커 등을 통해 집 안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무드에 따라 자동으로 집안의 조명을 바꿔주고, 음악도 바꿔주는 등 나에게 맞는 더 나은 공간 설계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럼 프롭테크 기술이 실제 산업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해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프롭테크는 부동산 분야에 따라 시공, 관리(상업용, 주거용), 활용(부동산 개발, 편의시설) 등으로 나뉠수 있다. 부동산 시공 분야에 속하는 독일의 홀로빌더(HOLO BUILDER)는 증강현실에 기반해 건설 현장의 360º 공간을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건설현장 관리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부동산 관리 영역에서는 대표적으로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를 들 수 있다. 질로우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주택 가격을 산출하고 있으며, 플랫폼을 통해 매물 정보 확인부터, 거래까지 이어진다. 질로우는 월 사용자 1억 8천만여 명, 연간 매출액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활용 분야에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에어비앤비를 들 수 있다.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단기임대, 여행지 숙박용으로 쓰도록 에어비앤비에 내놓는다. 지오(ZO.)라는 서비스는 어매니티 플랫폼으로, 공유 오피스에 입주한 회사들을 위해 의료, 세탁, 스타일링, 케이터링, 요가 등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살펴보면, 부동산 관리 부분에 속하는 주거용 중개 플랫폼에서부터 프롭테크가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세대 격으로 네이버, 다음 부동산이 있으며 이후 다방과 같은 모바일 중개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진정한 부동산 O2O 서비스가 시작됐다. 오프라인에 있는 부동산 정보가 온라인으로 옮겨오자 프롭테크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됐다. 현재는 토지 가격 산정부터 인테리어, 부동산(상업용, 주거용) 중개 플랫폼, 자산관리사 등 국내 약 200여 개의 프롭테크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 프롭테크 기업들의 전망은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의 프롭테크 발전 단계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베인캐피탈 벤처스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기술 진화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중심의 (아직 판도가 전통적인 시장이 중심인) 보완적인 1.0단계, 기술 이용 서비스가 가능해진 2.0단계, 이후는 통합 3.0 단계이다. 현재 많은 부동산 플랫폼 등이 있지만 아직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판도는 건설사, 부동산 개발사, 지역 공인중개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갖지 못한 서비스, 이들의 문제점을 기술로 해결해 주는 프롭테크 기업만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기회요소는 여전히 많다. 먼저, 이번 정부에서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프롭테크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2030 세대 등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우리나라의 주축이 되고 있는 점도 기회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만으로도 집을 알아보고, 부동산 계약, 투자를 하고, 금융거래를 하는 행위에 대해 이전 세대보다 거부감이 없다. 아니, 오히려 모바일이 더 익숙한 세대다. IT 강국답게 하루가 다르게 VR, AI, 블록체인, 5G 등 우리나라의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 그리고 이런 기술을 가진 기업은 프롭테크사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점도 기회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업계 동향을 살펴보면,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이런 기술들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집, 공간이라는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수요가 있는 시장에 공급하는, 수요와 공급이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다른 시장과 달리, 그 가격을 제대로 알 수 없고 이전의 거래 기록 등도 볼 수 없는 기형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기형성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자기 집을 갖지 못한 무주택자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부동산 시장이, 기술과 만나 모든 매물이 누구나 볼 수 있게 온라인에 공개되면, 주택의 가격 등이 온라인에 투명하게 게시된다면 기존 업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테이션3 다방 사업 총괄 박성민 본부장
(*) 필자인 '스테이션3 박성민 본부장'은 전자신문인터넷에서 2월 13일 개최하는 '코리아 부동산 & 프롭테크 대전망 2020' 컨퍼런스(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134)에서 프롭테크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