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이 만난 사람]서울대 김경민 교수 "향후 온라인 물류 부동산 주목해야"

지금 전 세계 산업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무후무한 변화의 흐름을 마주하고 있고 그 변화의 파고는 부동산 시장에도 몰려오고 있다. 아마존을 위시한 글로벌 온라인∙모바일 기업들이 우리가 손으로 보고 만지고 경험하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앞다퉈 진출하는 이때, 과거의 패러다임을 활용한 기존의 부동산시장 분석과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까?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레거시 시스템을 파괴하는 두려운 존재지만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물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우리 앞에는 어떤 위기와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새해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 그들의 통찰과 지혜를 빌려본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대에서 지리학(학사), 미국 UC 버클리에서 정보시스템(석사) 그리고 하버드에서 도시계획∙부동산을 전공(박사)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공유도시랩 디렉터로 재직 중인 김경민 교수를 만나본다. 김경민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그의 저서 <도시개발, 길을 잃다>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실패한 도시 성형'이라고 예측하여 주목을 받았으며, 각 종 프로젝트 수행과 강연, 저술, 기고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국내 부동산 및 도시계획분야의 대표적 학자이다. 최근 저서로는 <리씽킹서울: 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2020 부동산 메가 트렌드 2020> 등이 있다.

서울대 김경민 교수
서울대 김경민 교수

- 쇼핑몰, 백화점, 대형할인점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가 부동산에 미칠 영향은?

▲ 2020년 하반기에 큰 이슈가 되었던 뉴스의 하나는 유통업계의 강자인 이마트 매출이 떨어진다는 것과 초기에 사람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삐에로 쇼핑을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은 크게 4가지 분류된다. 가장 큰 사이즈는 쇼핑몰이고, 그 다음에 백화점 그리고 대형할인점 마지막으로 편의점이다. 그런데 이 중 쇼핑몰, 백화점, 대형할인점은 위기에 빠진 상황인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3 분류의 리테일들은 큰 위기에 빠져있고, 2018년 미국에서는 향후 5년 이내 미국내 쇼핑몰의 반 정도가 망할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백화점 역시 메이시스,  시어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바니스 뉴욕마저도 망했다. 이러한 리테일 패러다임의 격변은 모바일 플랫폼 기반 쇼핑의 활성화와 이를 사용하는 수요층(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기반한다. 따라서, 쇼핑몰, 백화점, 대형할인점의 위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모바일 기반 쇼핑의 증가와 젊은 세대의 디지털 디바이스 사용 확산은 우리가 묵과하고 있는 현실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부동산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영역은 크게 주거, 오피스, 오프라인 쇼핑시설 그리고 물류(창고와 공장)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오프라인 쇼핑시설이 위기에 빠졌다는 것은 부동산 업계에의 큰 타격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온라인 모바일 쇼핑몰, 예를 들어 아마존, 쿠팡 등이 어떤 부동산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아마존의 대규모 창고를 뉴스와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면, 아마존은 부동산 영역 중 물류와 연결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리테일의 몰락은 오프라인 리테일 부동산업의 위기로 연결되었고, 이는 온라인 모바일 쇼핑의 확산과 연결되는데 이들이 기본적으로 물류 부동산에 기반하기에, 물류 부동산이 향후 부동산 업계에서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의 동일한 현상이다.

- 공유 오피스, 셰어 하우스 등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우리의 삶과 부동산에 미칠 영향은?

▲ 밀레니얼 세대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이면서 또 노마드적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소득 트렌드를 분석하면 소득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고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임금이 획기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4차산업 혁명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기존 직업의 자동화를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직업 자체에 대한 정의가 다르게 될 가능성이 높고, 아울러 젊은 층의 노마드적 직업 추구가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소득 극대화 (Income Maximization)가 아니라 소비를 줄임으로써,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그 관점에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즉 초기에 본인이 사업을 시작할 때, 거액의 보증금일 지불하고 책상과 의자, 프린터 등 사무용품을 구입하면서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물품들이 구비된 공유 오피스를 찾는다는 것. 셰어하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이 공급자(공유 오피스 운영자와 셰어하우스 운영자)에게 더 큰 수익을 제공하며 따라서 공유경제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쪼개면 쪼갤수록 평당 수입은 높아진다. 왕십리 원룸과 타워팰리스 월세를 비교하면, 월세 총 금액은 타워팰리스 한 채의 월세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한 평당 월 비용을 계산하면 왕십리 원룸이 높다. 예를 들어 3평짜리 고시원에서 월 30만원을 받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평당 10만원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입을 내는 부동산 유형은 찾기 힘들다. 따라서 공유경제는 인구학적 트렌드와 산업 구조변화와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는 것이 직장인의 꿈이다. 이런 공식이 미래에도 유효할까? 또 향후 가격하락 등 결정적인 기회의 때가 올까?

▲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보유하느냐 보다는 본인의 자가(自家)를 갖는 것이 좋은 가로 질문을 바꿔본다면,  서울의 아파트 한 채에 상관없이 본인의 자가를 갖고 있는 것이 좋고, 이를 지원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즉 본인이 어떤 커뮤니티에 월세로 사느냐와 자가로 사느냐는 그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부터 다르다. 자가로 사는 사람은 커뮤니티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커뮤니티에 긍정적 임팩트를 내려고 한다. 따라서 자가 보유를 지원하는 것, 특히 저소득 서민에게 자가 보유 기회 증진은 정부에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정책이다.

다만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 현재 ‘서울’에 ‘아파트 매입’을 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질문은 다소 대답이 달라진다. 본인이 한 채 매입해서 그 곳에서 살고 싶고 충분한 돈이 있다면 본인이 시점을 결정하면 된다. 다만 ‘현재’, ‘서울’이라는 시점과 장소는 투자 측면에서 좋은 조건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개인적으로 2019년 12월 가격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부동산은 싸이클이 있는 시장이다. 자꾸 우리 사회가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동산은 상승과 하락이 존재한다. 그 이전 2014년 당시만 해도 향후 아파트 가격이 반값이 될 거라고 얘기하는 정신 나간(?) 전문가가 있을 정도로 대세 하락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면2018년과 2019년 상반기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하는 예측하는 사람들 투성이었다.

현재의 부동산은 3가지 이슈가 핵심이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 (자금 유동성 정도), 2020년 경제 전망, 그리고 정부 정책이다.  금리와 주택가격은 반드시 동행한다. 그리고 저금리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여서 자금 유동성은 풍부하다고 보는데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단적으로 서울 종로 핫플레이스를 예로 들면, 2018년에는 저녁 12시까지 영업하던 곳이 2019년에는 저녁 10시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아졌다. 실물 경기의 체감지수가 좋지 않은 편인데 아무리 자금 유동성이 많더라도 부동산 경제가 실물경제와 달리 움직이면 이는 버블이다.

(그리고 12.16 정책으로 지나치게 파이낸싱을 옥죄었다. 저금리임에도 파이낸싱 자체가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없어지는 형국이다. 그 상황에 실물경제까지 좋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만 홀로 상승하기 어렵다고 본다.)

- 빅데이터로 부동산 시장을 읽고 전망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빅데이터가 부조리한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빅데이터가 수집되고 가공되는 영역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일반 대중이 빅데이터의 분석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 받는다면 과연 빅데이터 본래의 의미가 구현된다고 볼 수 있을까?

▲  빅데이터로 읽는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는 2가지이다. ‘빅데이터 활용 능력'과 '부동산 시장 분석 능력'이다.  단언하건데 빅데이터만으로 부동산 분석은 불가능하다. 부동산 시장 분석 능력을 갖춘 후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를 정보로 바꾼 후, 지식수준으로 승화시켜야 부동산 시장 분석과 전망이 가능하다. 즉 데이터에서 정보로의 변화는 빅데이터 분석 수준에서 가능하나, 지식 수준은 빅데이터 활용 능력이 있는 부동산 시장 분석가의 몫이다. 따라서 시장 분석 능력이 첫 번째다.

- 여전히 아파트는 서민과 직장인의 '아픔'이자 '꿈'이다. 가까운 미래에도 아파트라는 획일적인 주거 공간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 미래 인구구조 변화와 연관되는 질문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4인가구가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런데 지금은 1인 가구이다. 그리고 1인 가구는 20/30대와 60대 이상 노년층 두 그룹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1인 가구에게는 아파트가 적합한 주거공간이라 보기 힘들다. 노년층의 경우, 고독사의 문제에서 보듯이 함께 살면서 서로를 보살펴주는 주거유형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며, 이는 젊은 1인가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2~3인 가구(부모와 자식이 함께 있는 가구)의 경우, 아파트와 비아파트 (단독, 다세대/다가구)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는 것은 본인의 기호에 관한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20세기 초반 북촌 한옥을 개발한 기농 정세권에 대한 책('건축왕, 경성을 만들다')을 집필하면서 기농 선생의 자녀(딸, 당시 80대 중반)와 여러 차례 담소를 나눴다. 그때 그녀가 했던 질문이 "평생 한옥에 살다가 당산동 아파트에 사니까 어떨 것 같으세요?"였다.  개인적으로 "한옥이 그립다."를 답으로 생각했으나, 그 분의 답은 "살아보니 아파트가 너무 편해요"였다.  아파트가 입주민이 느끼기에 가장 편한 주거 공간이라면, 다른 유형에 비해 아파트가 선망의 주거형식일 수 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구생태계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인구구조로 재편된다면, 아파트와 같은 편리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주거공간의 탄생은 필연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촌의 한옥은 20세기 초반 경성인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 20세기형 퓨전 한옥이었듯이 말이다.

- 시장 특성 상 부동산과 교육을 따로 떼어 분리할 수 없다. 강남가격이 교육정책 변화로 들썩인다는 뉴스가 들린다. 어떻게 보나?

▲ 전세계적으로 부동산과 교육은 당연히 서로 영향을 준다. 미국의 경우도 교육 학군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높다. 그리고 이게 현실이고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군이 안좋은 지역의  교육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 부동산 시장은 상식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교육 여건이 좋은 곳에서 공부 시키려는 수요가 있다면,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문제점은 학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이다.  2010년 서울시 한 해 고등학교 입학생은 대략 10만 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5만 명 이하다. 즉 부동산에서 교육 수요가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반 정도 감소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서울시의 경우, 은평구에 살더라도 강남구 고등학교에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앞서의  설명처럼 학군 영향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교육청 자료를 분석했을 때, 교육 수요자들은 다양한 차원의 전략적 판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성적이 중간 정도라면 굳이 강남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다른 측면에서 심각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지방 명문고(자사고)가 존재하는데, 지방에 있는 자사고를 모두 평준화시키면, 지방의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강남 이주가 현실화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서울시 소재 자사고'는 다소 많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합리적 절차와 협의에 의해 일부 학교를 일반고등학교화 하는 것에 찬성할 수 있으나, 전국에 있는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등학교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는 20세기 초반 경성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일제가 3∙1운동 이후 문화정책을 강화하면서 북촌일대에 명문 사립/공립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러한 신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지방의 부잣집 아이들이 북촌으로 이사를 왔고 이것이 북촌 일대 주택가격을 상승시켰다.

- 서민과 직장인들이 향후 소액이라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건전한 방법이나 대안이 있다면?

▲ 리츠가 하나의 방식이다. 리츠는 여러 부동산 물건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 가능하게 한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부동산의 약점인 유동성을 개선하고 일반인들도 부동산에 투자 가능하게 하고자 만들어 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특히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을 담은 리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리츠는 기본적으로 리츠에 담은 부동산의 가격과 증시에서 거래되는 거래액의 합이 이론적으로는 일치해야 한다. 즉 리츠 내 부동산 평가금액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되어 있어야 하며, 청산 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리츠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액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향후 리츠 활성화는 이러한 평가를 집행하는 제3의 기관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여지며,  이런 신뢰가 점차 쌓인다면 일반인들의 부동산 리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