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창작품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영향력이 있는지 '계산'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평가하고, 인공지능(AI)으로 우수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인공창의성' 연구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박주용 문화기술대학원 교수팀이 빅데이터 기반으로 사람의 문화·예술 창작품이 가진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이론물리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문화·예술은 사람이 가진 창의성의 산물이다. 이를 AI로 구현하려는 인공창의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문화·예술을 객관적 수치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창작품을 빅데이터화 하고, 이를 평가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개발했다. 우선 음악을 연구타깃으로 잡았다. 연구팀은 1700~1900년 사이 작곡된 서양 피아노 악보에서 동시 연주되는 음의 집합인 '코드워드'를 추출, 이론물리학 한 분야인 네트워크 과학을 적용했다.
이론물리학은 수학 모형으로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분야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작품의 유사도를 측정해 혁신성을 따졌다. 또 어떤 작품이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도 확인했다.
평가 결과는 그동안 세간의 평가와 유사했다. 연구팀은 낭만파 거장 라흐마니노프가 꾸준하게 관습과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차별화를 시도한 작곡가임을 객관적인 결과로 밝혀냈다. 또 헨델과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이 최고 영향력을 갖춘 작곡가로 떠오르고, 이후 리스트와 쇼팽 등 거장이 등장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특히 베토벤은 사후 100년 가까이 최고 영향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석방법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낱말이나 문장으로 이뤄진 문학 작품, 색상이나 무늬를 띤 그림과 건축·디자인 등 시각예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성과를 통해 더 나은 인공창의성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창작품을 만드는 더 나은 AI,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박주용 교수는 “창의성 평가라는 난제를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과학으로 해결했다”면서 “인간 창의성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