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내놓기로 예고했던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 '한걸음 모델'이 한 발짝도 못 떼고 있다. 이른바 '제2 타다 갈등'을 막기 위해 기획된 한걸음 모델이 여전히 구상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걸음 모델' 발표시점을 1~2월로 한정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발표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구체화하는 '연구용역' 단계에 착수해 계획이 늦춰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처음 등장한 한걸음 모델은 새로운 사업이 출현하면 정부와 이해관계자, 전문가그룹이 의견을 나누고 상생혁신기금과 이익공유 협약 체결(MOU), 협동조합 결성,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다.
정부가 차량공유서비스, 공유숙박 등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마찰을 해소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낼 지 여론에서도 관심이 크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사회적 타협을 위한) 일부 메뉴가 개발돼 있는데 제안된 것 가지고는 진전하기 어려워 해외사례나 이미 성공한 사례 등 작동될 수 있는 10여 가지 이상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며 “(메커니즘 개발을) 1~2월에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0일자로 기재부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 개발'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연구기관과 계약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를 한 달 앞두고 사실상 진행단계가 사업구상에 머무르면서 한걸음 모델 개발을 이달중으로 마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세달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경우도 있으나 사업별로 다르다”면서 “발표시점에 맞춰 결과물을 도출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신·구 산업 간 갈등 구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한걸음 모델 구축방안을 제시하며 플랫폼 택시를 사회적 통합의 예시로 들었는데 이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실제로 플랫폼 택시 모델의 경우 신사업 추진 주체인 타다가 '플랫폼운송사업자의 사회적 기여금 납부'를 전제로 한 정부의 상생 모델에 맞서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신사업 모델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선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시장에 적용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베트남 차량공유 시장은 2018년 6000억원 규모를 돌파했고, 연평균 40%씩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의 병원 치료나 생활필수품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토요타와 소프트뱅크가 기업 '모네'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토요타가 축적한 자동차 정보와 소프트뱅크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사회적타협 구상이 기득권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혁신성장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산업 전급에 있어 소비자 선택이 선행돼야 하고, 미래기술 편익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전문가 평가도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