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증권업에 전격 진출한다. 국내 빅테크(BigTech)가 증권업을 시작하는 첫 사례다. 간편결제에 이어 투자중개 영역으로의 확대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5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지 11개월 만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 4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 기소되면서 심사가 중단됐지만 1,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면서 심사를 재개했다. 이번 금융위 의결은 카카오 대주주가 걸린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인수 승인으로 이례적이란 평가다.
금융위는 “기존 대주주에 대해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일률적으로 법원 최종판결까지 심사업무를 중단해왔다”며 “그러나 앞으로 금융회사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관련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내달 증권사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바로투자증권이 카카오페이 자회사가 되면서 카카오페이 플랫폼 안에서 바로투자증권이 판매하는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인바이유 인수를 통해 보험업에 진출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증권업도 접근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투자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혁신적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카카오페이는 법인보험대리점(GA) 라이선스를 가진 보험 스타트업 '인바이유'를 인수해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보험상품을 간편 가입하도록 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통해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와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행보는 알리바바, 텐센트, 아마존, 구글 등 해외 글로벌 IT기업과 유사하다. 이들은 금융 결제 분야에 우선 진출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이후 대출, 저축, 보험, 투자 상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우선 카카오페이는 고수익·고위험 상품 대신 중위험·중수익, 저위험·저수익 투자상품에 초반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펀드 그리고 주식거래까지 투자 부문에서 전 국민이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카카오페이가 증권업 진출을 통해 이루려는 궁극적 목표는 빅데이터 확보를 통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라고 보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투자 상품을 발판으로 결국 금융상품 중개로 확장할 것”이라며 “각종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출시되는 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을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맞춤형으로 추천하거나 중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4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활동하는 국내 유일한 단일 플랫폼 카카오톡에서 자사 금융 상품을 싣기 위한 금융사 노력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을 두고 기존 증권사들도 긴장상태다. 투자은행(IB) 시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어도 리테일 부문 매출이 많은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서비스에서 생기는 빅데이터”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금융 상품 추천을 정교하게 이뤄내는 판매채널로 확장한다면 기존 은행·증권사 판매 채널 조직은 살아남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 카카오페이 증권업 진출 일지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