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세 UNIST 교수 포함 국제연구단, 뮤온 빔 '이온화 냉각' 성공

국제공동연구단에 참여해 뮤온 빔 이온화 냉각 실험에 성공한 정모세 교수(왼쪽)와 성창규 연구원.
국제공동연구단에 참여해 뮤온 빔 이온화 냉각 실험에 성공한 정모세 교수(왼쪽)와 성창규 연구원.

우리나라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연구단이 전자나 양성자, 중이온 보다 가벼운 '뮤온(Muon)'을 이용한 입자가속 가능성을 입증했다. 유럽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뛰어넘는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 개발 가능성을 연 중요 성과로 평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이용훈)은 정모세 UNIST 자연과학부 교수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단이 세계 최초로 '뮤온 빔 이온화 냉각' 실험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관련 연구 성과는 네이처 5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정모세 교수는 “뮤온을 이용한 가속기 개발의 최대 난제인 '뮤온 위상공간 부피 줄이기'에 성공한 것”이라며 “LHC의 뒤를 이을 '차세대 경입자 충돌형 가속기' 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 성과”라 설명했다.

'뮤온'은 우주방사선이 대기권에 충돌할 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로, LHC 후속 입자가속기에 쓰일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HC에 쓰이는 양성자 같은 '강입자'는 강하게 상호작용하지만 뮤온은 '경입자'로 가볍고 상호작용이 약하다. 이 때문에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정확한 성질 파악과 새로운 고에너지 물리현상 탐구에 유리하다.

국제공동연구단이 사용한 실험 장치.
국제공동연구단이 사용한 실험 장치.

문제는 뮤온의 수명이다. 100만 분의 2초 정도로 매우 짧아 실제 가속이 어렵다. 뮤온 빔을 가속라려면 입자 부피를 줄이고 입자들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빔 냉각'이라 하는데, 짧은 수명 때문에 기존 방법으로는 빔 냉각이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은 '이온화 냉각' 방식을 이용해 뮤온 빔을 가속기에 입사할 수준으로 냉각하는 데 성공했다. 뮤온 빔을 에너지 흡수체에 통과시켜 물질과 이온화 반응을 일으키게 했고, 그 결과 에너지는 잃고 부피는 줄며 방향은 정렬됐다. 이온화 냉각으로 뮤온 빔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정 교수는 “뮤온과 전자 모두 경입자이지만, 전자보다 뮤온을 가속해 충돌시킬 때 힉스 입자 생성 확률이 높아 힉스 입자 성질 파악에 더 유용하다”면서 “건설 비용도 뮤온 가속기가 전자 가속기보다 저렴해 '뮤온 빔 냉각 성공'은 뮤온 가속기 개발에 탄력을 줄 것”이라 말했다.

이번 성과는 전 세계에서 1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20여 년간 연구 끝에 맺은 결실이다. 국내에서는 정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이 유일하게 논문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