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했다. 그 후 각종 제재로 암호화폐는 지금까지 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보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암호화폐는 꾸준히 거래되고 있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가격은 향후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암호화폐로 소득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적합한 조세제도를 마련해 두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803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비거주자가 빗썸을 통해 5년 동안 암호화폐 거래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빗썸이 세금을 대신 받아 정부에 납부(원천징수라 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거주자란 국내에 주소 또는 183일 이상 거소를 두지 않은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주로 외국인이 해당된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세법에 과세 대상으로 구체화해서 열거된 경우에만 부과된다. 이를 열거주의라 한다. 다만 법인과 개인사업자는 과세 대상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소득은 모두 합쳐 법인세 또는 사업소득세를 낸다. 이를 포괄주의라 한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에는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없다. 과세 대상으로도 열거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거주자인 일반개인은 암호화폐 거래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비거주자는 예외다. 열거주의가 아닌 포괄주의로 세법을 규정해 뒀기 때문에 세금을 거주자와 달리 소득세를 내야 한다. 즉 비거주자에게는 “부동산 외 국내 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기는 소득”이 있으면 기타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를 내도록 규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조세조약에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비차별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거주자에 대한 기타소득에 대해서는 이 원칙을 벗어나게 규정했다. 즉 거주자에게는 열거주의로 하고, 비거주자에게는 포괄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빗썸이 비거주자로부터 원천징수하지 못한 거액의 세금을 정부에 먼저 납부한 후 나중에 비거주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서 받으려고 나서면 국제 간 조세 마찰이 야기될 개연성이 있다. 이 점에서 향후 우리나라는 비차별 원칙에서 벗어난 각종 세법 규정을 개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가 '국내자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판단해 봐야 한다. 암호화폐가 전자 거래로 국제 간에 이뤄질 뿐만 아니라 고정사업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서버를 외국에 설치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을 무한정 인정하는 경우 과세권자는 자의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납세자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는 포괄주의 채택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과세 요건을 법률로 구체화해서 명시하지 않는다면 부과될 수 없는 사례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비거주자의 암호화폐 거래로 생긴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의 경우도 검토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주식 등 유가증권 양도의 경우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 중개업자가 원천징수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의 경우 원천징수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고 않고 있다. 이 점에서 빗썸에 대해 원천징수 의무를 부여한 것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로 생긴 소득은 법리상 기타소득이라기보다 양도소득에 더 부합된다. 많은 국가에서도 양도소득세로 부과하고 있다. 양도소득으로 과세되는 경우에는 전자 거래 특성상 거래 파악의 어려움 등 조세 행정상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주식 양도의 경우를 참고해 금융 측면도 고려, 조세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최근 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조세 문제는 세법에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에 의거해 과세 요건을 명확히 규정해서 확대 또는 유추해석 여지를 방지해야 한다.
세수 측면만 고려하지 말고 산업 발전과 국제 추이도 잘 살펴서 대처해야 한다.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차별 과세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반 법규를 정비함으로써 국제 간 조세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 hong@tax.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