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공유 전동킥보드 산업 비수기다. 추운 날씨로 인해 이용자가 급감하는 데다 평소 대비 빠르게 방전되는 배터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노면에 쌓인 눈이나 얼음도 운행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유전동킥보드 업체들이 겨울철 비수기 매출 하락분을 상쇄하기 위해 묘책을 짜내고 있다. 타 업종과 협업을 추진하거나 이용을 활성화를 위한 별도 프로모션을 추진하기도 한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는 진출 지역 계절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빔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이 업체는 한국 외에도 대만,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다. 한국이 추운 겨울이라면 같은 시기 여름 계절인 호주나 뉴질랜드에 전동킥보드를 옮겨 효율화하는 식이다.
'킥고잉' 운영사 올룰로는 패션 브랜드와 협업에 적극적이다. 최근 LF 남성복 브랜드 TNGT와 기획한 킥고잉 에디션 장갑, 목도리, 모자 세트를 출시했다. 겨울철 따뜻한 라이딩을 위해 제작된 의류다. 이탈리아 패션기업 베네통과 협업해 전동킥보드 전용 '핸들커버'를 선보이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이 시려워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고객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패션업체와 협업은 홍보효과도 있다. 공유킥보드 이용자 중 2030세대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패션업체들은 젊은 세대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패션을 접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공유 킥보드 이용자는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노출 효과가 크다. 신제품 베네통 핸들커버도 킥고잉 킥보드에 씌워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올룰로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을 위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남쪽 지역에 비교적 공유킥보드가 활성화되는 점도 계절적 요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제주도에 투입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더스윙도 지난해 말 롯데렌터카와 손잡고 제주도 지역에서 렌터카-전동킥보드 통합 예약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산도 서울 다음으로 공유킥보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다. 윈드, 라임 등 다수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PUMP '씽씽'도 지난해 12월 부산 지역에서 500여대 규모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씽씽은 최근 출시한 연간 정기권으로도 이용자 활성화 효과를 봤다.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 2020장을 9만9000원에 판매해 일주일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오전 대여 건수는 월초 대비 26%, 오후 및 야간 대여건수도 46% 증가했다.
기기당 대여 건수도 58.6% 늘어나면서 기기 운영과 배치 효율성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PUMP 관계자는 “대여 건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재배치 효과를 본다”며 “출퇴근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한 목적으로 정기권을 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용자 활성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