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최근 경기·고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의은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관련 최근 논의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해외경제포커스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경기·고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상당히 약화됐다”며 “실증분석에 따르면 고용(실업률)에 대한 물가의 반응 정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가 1980~90년대 이후 빠르게 평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효과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은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착이 인플레이션 확대를 제약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2012년 물가목표제를 도입하는 등 물가안정을 더욱 확실히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견고하게 안착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지속성(과거 인플레이션)의 영향력은 축소된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의 중요성은 증대됐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확대, 시장 집중도 심화, 기술 발전 등이 물가상승을 추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보고서는 “아마존 등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상거래는 온라인 업체간 및 온라인-오프라인 업체간 가격 경쟁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미국의 노동시장이 근로자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세가 제약한다”고 말했다.
기술발전은 해당 기술을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제품의 가격을 하락시키고, 아울러 전반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의 단위노동 비용을 감축시킨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 안착 및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의 구조적 둔화, 경기의 물가 영향력 약화, 품목별 특이요인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요인에 주로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물가동학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미시정책 변경 등 품목별 특이요인의 파급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물가전망에 보다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