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30>4차 산업혁명의 거버넌스(2)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거버넌스가 수용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혁신이 진행될수록 산업 간은 물론 제도가 적용되는 범위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유효한 거버넌스가 새로운 산업 활동에 장애로 작용함으로써 혁신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지연시키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버넌스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혁신을 창출하고 가속시키는 것이며, 혁신으로부터 올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술 혁신을 빠르고 안전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 예로 영국은 결과 중심의 유연한 규제 체계를 강조함으로써 원인과 과정에 규제의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에 규제의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정책 대응은 이해당사자 간 이견 조정, 사회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혁신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혁신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부정 요소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습이 매우 어려운 지경까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섣부른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봉쇄해 기회를 상실하게 할 수 있으며, 획일화된 기준으로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기술 혁신이나 트렌드를 거시 차원에서 조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 주체와 시민사회·규제기관을 포함하는 이해 당사자가 협업해서 규제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마련하고 정부에 조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스스로 규제를 도입할 것인지 규제 제안을 수용하거나 폐기할 것인지 규제 대신 적당한 대안을 찾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궁극으로는 사회 전반의 형태를 바꾸게 될 것이기 때문에 거버넌스 형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거버넌스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는 것과 상응하면서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설계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초반의 거버넌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영역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반인도 특수한 기술을 쉽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됨에 따라 부당한 사용이나 악용을 차단해야 한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소수 집단이 기술을 독점하거나 담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자원이나 각종 플랫폼을 공유하는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이해당사자 간 마찰을 합리 타당하게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선도하는 다국적 기업과 국가가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치사슬의 뿌리가 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을 촉진,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할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단체, 기업들을 자극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고도로 촘촘해진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개인의 사생활이나 정보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조달 기능을 활용해 신기술이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해야 하며, 표준이나 인증 제도를 활용해 신기술 확산을 촉진시켜야 한다.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의 패러다임 또한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맞게 재편, 속도와 질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새로운 거버넌스 작동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에서 필수 영역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또 민간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민간의 자율규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대화와 조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거버넌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첩하고 유연하되 투명해야 하며, 민간의 전문성이 장애를 받지 않고 흘러들어 올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

다음 주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풀어야 할 큰 과제 가운데 하나인 불평등 또는 디바이드에 관해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