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자체 간편결제 플랫폼 상용화에 나서면서 핀테크사와 전통금융사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카드로 십수년 돈을 벌어온 카드사가 시장 주도권을 버리고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파격이다. 몇 년 후 금융 서비스와 핀테크 서비스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가 올 전망이다.
실제 일 평균 간편결제액은 12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지급수단의 모바일화로 온라인 쇼핑 이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외 구분 없이 간편결제 서비스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모바일을 통한 간편송금·결제 일평균 이용건수는 2016년 100만건에서 2018년 480만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지급결제 시장에서 핀테크 혁신과 정책 규제완화로 대형 사업자가 출현했고 소비자 관심도 매우 높다. 스마트폰 기반 편리함을 무기로 이제 많은 소비자는 모바일 기기 중심의 전자적 장치에 결제 정보를 미리 등록하고 간단한 인증만으로 결제하는 습성을 보인다.
아직까지 신용카드 결제가 주를 이루지만 점차 이용 패턴과 소비 습관이 간편결제 플랫폼으로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직불카드, 은행계좌 기반 선불계정을 등록하거나 MST(마그네틱 결제), NFC(근거리무선통신), QR코드와 같은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지급결제 플랫폼 사용 비중도 확연히 늘고 있다.
간편결제는 2016년 이후 총 43개사, 약 50종의 서비스가 시장에 출현했다. 전통금융사에는 재앙이나 다를 바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유통, 제조사까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며 플랫폼 선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케이페이, 유비페이, 페이코 등 ICT 주도 서비스는 물론 스마일페이, SSG페이, L페이, 삼성페이, LG페이, 로켓페이에 이르기까지 이종사업자간 모바일 결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통 금융사도 이들과 손을 잡거나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KB페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데이터 3법 통과로 이제 금융사는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각종 정보와 결제에 필요한 다양한 빅데이터, 포인트 등을 하나의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흡수하려는 목적도 있다. 흩어져 있는 KB 계열사 정보와 시스템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통합 구현하자는 것이다.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비금융 간편결제서비스 기업은 막대한 고객 기반을 통해 지급결제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온라인 위주 지급결제 서비스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한다. 전통 금융사 텃밭이 위협받고 있다. KB금융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택했다. KB페이를 오픈뱅킹 형태로 다양한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직불결제 사업자는 물론 송금, 환전, 마일리지 등 주요 금융 영역에서 사업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간편결제 협력 진영'을 전통 금융사 주도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PISP나 종합지급결제업을 영위하는 핀테크 사업자에게 후불결제가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전통 금융사, 특히 카드사에는 위협이다.
김민정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산업은 새로운 혁신기술,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 기대, 핀테크 기업과 같은 비전통적 시장 참여자 출현, 새로운 규제 환경이 상호작용하면서 혁신적인 시장구조 변화를 이미 경험 중”이라며 “카드사 포함 금융사들은 새롭게 조성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비즈니스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현황(자료-여신금융연구소)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