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科技 현안 법률 줄줄이 계류...2월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

처리 무산 땐 바이오-뇌연구 추동력 상실
소재 R&D 등 비효율-규정 혼재 따른 부작용
바이오 기술 이전-사업화 제약 잇따라

[이슈분석] 科技 현안 법률 줄줄이 계류...2월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

과학기술 현안 법률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뇌연구 활성화, 주요 연구소 독립 법인화, 연구개발(R&D) 규정 통합 등 관련 법률 처리가 시급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하자, 과학기술계 안팎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처리 기회다. 법률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 바이오·뇌연구 추동력 상실은 물론이고 R&D 비효율 초래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기 법률 줄줄이 계류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기관인 재료연구소는 일본 수출 규제로 소재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필요성이 커지며 독립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예산, 인력, 연구 자율성 측면에서 제약이 따르고 특허 소유권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근거다.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한국기계연구원을 포함한 19개 연구원을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지정했다. 재료연구소가 독립법인 지위를 획득하려면 '재료연구원'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박완수 국회의원,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은 2017년 재료연구소를 '재료연구원'으로 승격하는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개정안 3년째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독립 법인화 작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협정에 따른 주(主) 역할 수행기관이지만, 이에 걸맞은 제도적·법률적 위상은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기관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ITER는 R&D, 건설 연계 사업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계약이 빈번하다. 이때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아니라 모(母)기관 기초과학지원연이 계약 주체다.

ITER 사업 참여 기관 중 부설 기관은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유일하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미국),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이사회(일본), 'Fusion For Energy(EU)' 등은 모두 독립법인이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핵융합연구소 독립법인화를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국가핵융합연구소 독립법인화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후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과학기술 주요 법률안은 이 뿐만 아니다.

뇌 연구계는 뇌연구 자원, 관련 데이터를 수집·제공하는 뇌은행 법적 근거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계 의견은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뇌연구촉진법으로 구체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인체유래물은행 중 뇌은행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뇌은행'은 뇌연구자원을 수집·보존하고 이를 이용하거나 뇌연구를 위해 타인에게 제공하는 기관으로 정의했다. 뇌신경윤리 관련 전문 조사, 연구 및 교육 등을 실시하기 위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뇌신경윤리정책센터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제시했다.

윤일규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뇌연구 전문인력 양성, 보상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정부가 뇌연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뇌연구 촉진에 이바지한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보상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추진하도록 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부처협의를 통해 조율된 수정안을 마련, 과방위 행정실 협의까지 마쳤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해 말 과방위 법안소위 상정 이후 처리되지 않고 있다.

생명공학육성법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바이오경제 실현을 위해 기존 R&D 중심 지원에서 전주기 연구지원, 사업화 역량 강화, 혁신 연구환경 조성 등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생명공학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담았다. 생명공학 정보 수집·관리·활용방안을 마련, 통계 조사·분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명공학 육성 주체로서 정부, 지자체, 기업·대학·연구기관·의료기관의 역할도 명시했다.

부처 협의를 완료하고 지난해 말 과방위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역시 계류 중이다.

연구개발특별법은 범부처 연구개발(R&D) 통합 규정을 담은 제정법이다. 연구자·기관은 국가 R&D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제 신청, 예산 집행, 결과 등을 보고한다. 이때 준용하는 규정이 부처별로 제각각이다. R&D 전담 부처가 사업 관리를 따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로 다른 R&D 사업 관리 규정만 120개가 넘는다.

연구자 행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률 처리가 시급하지만 여야 의견이 갈리면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월 국회 사실상 마지막 기회

2월 임시국회는 법률 처리 마지막 기회다.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률안은 회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계 안팎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 기존의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비효율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뇌연구는 현재 사후 기증받은 뇌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시체해부법 개정안 또한 국회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칫 연구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산업 활성화, 정보 활용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기술이전·사업화에 제약이 불가피하게 되고 정보 공유 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R&D 측면에선 규정 혼재에 따른 연구자 행정 부담 증가 등 부작용에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회는 여전히 법률 처리에 소극적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민생법안 등이 아니면 사실상 논의 대상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찾아도 의원 관심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여론 관심이 집중된 법안이 아니면 소위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검법 등 이슈가 되는 ICT 관련 법률 처리에는 여야가 적극성을 보이지만 과기 현안에 관심이 없다”며 “점차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