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비서입니다” “우리 가장 친한 친구(베스트 프렌드)인 거 잊었나요.”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NUGU)'가 “너는 누구니”라는 철학적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넌 여자니? 남자니?”라는 물음에도 “글쎄, 그게 중요한가요?”라며 허를 찌른다.
AI 기술 발전이 인류와 유사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누구 개발에 참여한 윤현상 SK텔레콤 AI플랫폼사업 Cell장은 “기계와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는 인류와 감성 대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지능'을 보유했다. 인간 음성 이해에 장애가 있었던 이전 AI 한계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만약 사용자가 “나 오늘 너무 외로워” “기분이 너무 안 좋아”라고 말하면 “그럴 때도 있는 거예요,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세요”라는 등 인간 감정을 읽고, 위로해준다. 인간 역할을 AI가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딥러닝이 가능하게 했다. AI는 스스로 새로운 형태 말을 학습하고 질문에 적합한 대답을 할 수 있게끔 진화했다. 사용자도 AI를 대상화하고 대화 주체로 인정한다.
윤 Cell장은 “눈을 가리고 들으면 AI는 인간과 동등한 수준”이라면서 “지금은 오감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몸짓, 손짓, 표정, 시선, 자세 등 비언어적 표현까지 이해해 상황을 인식하는 단계까지 올랐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누구 플랫폼을 AI 스피커와 SK브로드밴드 IPTV 서비스인 BTV 셋톱박스, 티맵(네이게이션) 등에 적용한다. 누구를 어떤 스마트기기와도 연결할 수 있는 '누구 인사이드'를 확대, 적용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누구를 체험해본 결과 삶이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상할 때부터 다시 수면에 드는 순간까지 모든 상황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AI 스피커에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묻고, 걸맞은 옷을 입는다. 차에 타서는 티맵을 켜고 “팅커벨” 또는 “아리아” 등 명령어로 누구를 불러 목적지로 이동한다. 미리 저장돼 있는 회사 위치가 있다면 “회사로 가자”라거나 “광화문역으로 가자” 등 목적지를 말하기만 하면 된다. 운전 중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해야 할 경우도 말만 하면 된다. 주유가 필요하다면 AI를 호출해 “근처 주유소 알려줘”라고 말하면 된다. 주유소 위치와 함께 경유, 휘발유 등 가격까지 스마트폰 화면에 드러난다. 이는 퇴근할 때도 똑같다.
외출할 때도 편리하다. 만약 집 전원을 제어하는 스마트 플러그나 스위치가 설치돼 있다면 “외출하고 올게”라는 말 한마디에 전체 소등된다. 청소가 필요하다면 로봇청소기에 “청소 해놔”라고 명령하기만 하면 된다. 귀가했을 땐 반대로 “모두 점등”이라거나 “공기청정기 틀어”라고 명령하면 된다. 즉각 안락하고 쾌적한 상태가 된다.
윤 Cell장은 “아침부터 잠잘 때까지 AI를 원할 때 부르기만 하면 된다”면서 “개인 비서가 집과 자동차, 모바일까지 모두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누구의 AI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많은 사용자로부터 제공된 방대한 데이터가 딥러닝으로 이어졌다. SK텔레콤은 공상과학 영화처럼 향후 AI가 항시 인간과 교류, 공감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지금처럼 궁금한 것을 검색하는 형태는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AI가 대화 같은 인간 본연 소통 방식으로 모든 것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용자 움직임을 인식해 정보를 주고받는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Natural User Interface)'가 보편화된다는 설명이다.
윤 Cell장은 “미래에는 검색 기능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AI에 '이건 뭐야?'라고 물어보면 링크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바로 답을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업을 하는 SK텔레콤이 AI 사업을 하는 것도 '전화는 소통'이라는 근본 이유 때문”이라면서 “AI와 인간이 소통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