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재제조 산업, 저개발국서 新산업 창출할 것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원개발 순환PD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원개발 순환PD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국제 분업 구조 와해와 글로벌 경제 블록화 현상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이나 선진 기술 확보로 신남방·신북방 국가 등 경제 영토 확장 및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이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세부 실천 방안으로 노후 공작기계 대상의 재제조 산업 육성을 제안한다.

재제조는 노후 기계 역설계를 통해 고장이나 성능이 저하된 부품을 진단해서 파괴 및 손실 부품을 3차원(3D) 프린터로 복원하거나 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절감 및 고장 예측이 가능한 고성능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기술이다. 재제조 제품의 성능은 신품과 거의 유사하지만 자원과 에너지는 약 85% 수준이며, 가격은 50~70% 저렴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재제조 산업을 순환 경제의 하나로 중점 육성하는 이유의 본질이다.

지난해 일본은 대 한국 첨단 소재 무역 제재에 이어 공작기계로 제재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일본 기술 의존도가 90% 이상 높은 공작기계 대상으로 재제조 기술 개발 투자 사업을 집중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산업의 생산 71%와 수출 80%를 담당해 온 제조업은 세월이 50여년 흐르면서 이를 견인하던 산업단지의 기계들이 노후화돼 이제는 폐기 처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개발국은 자금력이나 기술력 부족으로 미니 산업단지조차 구축이 어려우며, 기회가 오더라도 온전히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노후 공작기계를 재제조하고 저개발국 미니 산업단지 구축에 활용한다며 국내외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국내 중소기업 주도의 재제조 산업을 육성하면 내수가 진작되고 저개발국에는 미니 산업단지가 형성돼 새로운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미니 산업단지 성공 구축을 위해서는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성기를 이끌어 온 은퇴 기술자와 베이비부머 세대를 전문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들 미니 산업단지는 에너지가 부족해 우리나라의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공급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다.

재제조 산업 활성화를 통해 수출 모델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자금 및 기술력이 부족한 신남방·신북방 국가를 시범 대상으로 하여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초기에는 무상 지원 형태의 실증형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화 모델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산업단지 구축 비용은 국내 산업에 필요한 전략 자원으로 지불받는다. 투자비를 대신해 받는 자원의 평가와 활용을 위해 국내 투자 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자원 개발 사업 평가 및 개발 기술 역량 또한 갖춰야 한다.

이 같은 국제 협력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는 K팝, K뷰티 등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다면 우리의 소프트파워도 강화될 것이다.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재제조 산업이 저개발 자원 부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 신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원개발 순환PD htkim0409@ke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