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 부처의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2020년도 나라 살림을 위한 청사진이 그려졌다. '디지털 경제 전환'과 같은 굵직한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정작 정책 설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부 액션플랜의 구체화는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손발이 돼 정책을 집행할 주요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군데군데 비어 있다. 총선을 이유로, 불미스러운 이유로 빈자리는 쉽사리 채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공석이 된 중소기업연구원장 자리는 3개월이 지나도록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역시 이상직 이사장이 지난달 총선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 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뿐만 아니라 공직 유관단체 등 곳곳의 수장 자리가 빈 채로 있다.
수장 자리가 빈 채로 있다 보니 각 기관의 한 해 계획도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대통령 업무 보고에 앞서 이뤄지는 장관 업무 보고조차 제때 실시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업무 보고를 마쳤더라도 각종 이유로 차일피일 담당 부처의 최종 승인이 미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이미 사업계획을 세운 공공기관 역시도 걸음이 꼬이고 있다. 통상 실시하던 새해 사업계획 발표가 덩달아 미뤄지고 있다. 때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으로 정부의 모든 관심이 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는 것 역시 산하 공공기관의 근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역점 사업 추진을 위해 새해 벽두부터 움직여야 마땅하지만 동력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관가 안팎에선 이처럼 후임 인선과 사업계획 확정 등이 미뤄지는 이유로 목전에 다가온 총선을 꼽는다.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인선은 뒷전으로 미루고 총선 향배만 지켜보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빈자리에 침을 발라 놓은 퇴직공직자가 곳곳에서 거론되는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느새 총선이 두 달 정도 남았다. 입법부만큼이나 행정부와 유관기관의 시계도 중요하다. 연두 업무 보고도 완료한 만큼 정부의 한 해 살림 집행과 행정 공백 최소화를 위한 정책 시행 및 후속 조치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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