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이 코로나19 여파에도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강남·강북을 잇는 '투 트랙 전략'으로 매출을 두배로 끌어올리고 수익성도 개선한다는 접근이다.
20일 낮 12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오픈 축하행사는 없었지만 외국인 고객 150여명이 긴 줄을 늘어서며 출입구를 가득 채웠다. 개점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마스크를 쓴 관광객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면세점이 들어선 6층부터 13층 사이를 바쁘게 누볐다.
돌발 악재에도 현대백화점은 정공법을 택했다. 지금 개장을 연기하면 자칫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무역센터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개장이 1년간 미뤄지며 사업 구상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 빅4 진입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바잉파워(구매 협상력)를 높이는 게 시급했다.
핵심은 매입 단가를 낮추고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장 확대다. 그래야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황해연 대표는 “타깃층이 다른 2개 점포를 투 트랙으로 운영해 브랜드 유치와 물량 확보에서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매출 1조6000억원, 3년 내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 7931억원, 영업적자 742억원을 거뒀다. 점포 확장 시너지를 고려하면 목표 매출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수익성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 폭도 줄여나간다는 기대다. 작년 1분기 매출이 1569억원에서 4분기 2314억원으로 늘어나자 영업적자는 236억원에서 141억원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이번 2호점 출점으로 강남·강북을 잇는 면세벨트를 구축한 만큼 공항 면세점 진출도 타진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 순식간에 롯데·신라·신세계와 함께 빅4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면세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6일 면세점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0억원을 출자했다. 현재까지 면세점에 출자한 금액만 4500억원에 달한다. 실탄을 확보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공격 경영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다만 극복할 점도 있다. 한 번 실패한 공간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비효율적 동선 때문이다. 특히 내수시장 위축과 큰 손인 중국인 보따리상 발길마저 끊겼다.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국내 면세시장 매출은 코로나 사태 이후 30%가량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착륙을 시도하기로 했다. 기존 두산면세점 운영 브랜드 90%를 그대로 양수하며 변화 폭을 최소화했다.
대신 11층을 K패션 등 '한류 콘텐츠'를 집약한 핵심 테넌트로 꾸리는 등 집객 요소를 강화했다. 차별화 콘텐츠인 레고 단독매장을 유치하고 무신사 매장도 9층에서 11층으로 옮겼다.
송객수수료도 과도한 베팅은 지양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018년 무역센터점 개점 당시 업계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40% 수수료율을 책정해 출혈경쟁을 촉발한 적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시장에 보따리상 수요 자체가 줄어든 만큼, 굳이 높은 송객수수료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