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빅스비, 공기청정기 틀어줘”
거실 구석 위닉스 구형 공기청정기가 갑자기 돌아가기 시작했다. '갤럭시 홈 미니'가 공기청정기를 깨웠다. 구입한 지 6년도 넘은 구형 가전이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된 것이다.
갤럭시 홈 미니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AI 스피커다. 이 제품은 아직 공식 출시 되지 않았다. 기자는 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일부 유통되는 갤럭시 홈 미니를 구해 며칠 간 제품 테스트를 실시했다.
우선 갤럭시 홈 미니는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AI 스피커 단점을 극복했다. 구글, 아마존, LG전자보다 뒤늦게 선보이는 만큼 차원이 다른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음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대부분 AI 스피커는 제조사와 제휴를 맺은 업체 제품이나 최신 출시된 제품만 제어가 가능했다. 연결성을 누리기 위해 신제품을 또 구매해야 하는 모순이 있었다.
갤럭시 홈 미니는 IR센서와 리모컨 기능을 가진 가전이라면 구형 제품이라도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갤럭시 홈 미니에 리모컨 적외선 송신기를 4개 탑재해 사방으로 적외선을 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거의 모든 리모컨 신호를 갤럭시 홈 미니에 등록해 삼성 제품 여부, 인터넷 연결 여부를 떠나 제어할 수 있다.
인터넷 연결 자체가 안 되는 구형 가전제품이나 LG전자·중국 제조사 등 타사 제품도 제어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가전 제조사별 리모컨 수천여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스비 플랫폼에 내장했다.
TV 제어도 실행해봤다. 멀리서 말을 해도 잘 알아들었다. 음성 인식 능력이 탁월했다. 속삭이듯 작게 말해 봐도 제대로 알아듣고 반응했다.
선풍기 제어는 원활히 실행되지 않았다. 집안 선풍기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이어서 그랬으리라 짐작했다. 아직 베타 테스트 기간인 점을 감안하면 보안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매일 애용했던 기능은 뉴스와 날씨 듣기였다. 출근하기 전 오늘 날씨를 물으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미세먼지 농도부터 바깥 날씨 예보를 줄줄이 읊었다.
'리마인더'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출근할 때 갤럭시 홈 미니가 말해주는 “노트북, 스마트폰 충전기, 이어폰, 마스크 챙기셨나요?”라는 리마인더가 유용했다.
음악을 재생할 때 음질도 우수했다. 스피커 크기는 성인 남자 어른 주먹보다 좀 큰 정도 크기였지만 출력 음질은 가정에서 사용하기 적절했다.
첫 기기 설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IR리모컨 지원 기기 목록에 더욱 다양한 기기 지원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조건에서 일부 기능만 체험해봤지만 집안에 스마트싱스 연동 제품이 더 많은 소비자라면 더욱 다양한 기능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갤럭시 홈 미니는 공식 출시 이후 더 빠른 진화가 예상된다. 연동되는 제품이 많을수록 빅데이터가 쌓여 소비자 생활에 최적화한 스마트홈을 꾸밀 수 있다. 집안 내 모든 가전을 AI 허브로 연결, 제어할 수 있다면 추가로 IoT 제어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집안을 'AI 홈'으로 탈바꿈시킬수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