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임원직에서 사임했다.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과다 겸직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전문경영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 달 22일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사임계를 제출했다. 2000년 롯데쇼핑 등기임원에 오른지 20년 만이다. 앞서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쇼핑 대표이사 올랐다가 2013년 물러났고 사내이사직만 계속 유지해 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이후 올해 주주총회 전에 사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예정된 롯데쇼핑 주주총회에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전망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말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지난달 말에는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등기임원직도 내려놨다. 다만 호텔롯데에서는 비등기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부동산 유관 계열사는 등기임원의 사법 리스크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호텔롯데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있어 예비심사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차단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신 회장이 현재 그룹 계열사 중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계열사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이며 사내이사직은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에서 맡고 있다.
이로서 그동안 국민연금공단 등 다른 주요 주주들로부터 겸직 과다 논란이 해소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롯데쇼핑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도 예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내이사직 사임은 사업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 뿐 미등기 임원이지만 그룹 총수로서 경영 전반을 총괄할 것”이라며 “이와함께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