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다. 향후 10년 안에 일자리가 30만개 사라질 것이라든지 일자리의 75%가 자율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등 우려의 내용이 많다.
직업은 삶 유지에 필요한 소득을 얻기 위한 활동이고 소득은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업은 사회 활동의 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직업은 당시 사회 성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곧 직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격과 사회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이 미래 직업이나 일자리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의 성격이나 시대 가치를 모두 짚어낼 수 없긴 하지만 간단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1차 산업혁명 초기에 있은 기계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1811~1817년)을 주도한 것은 방직공장에서 일한 장인과 숙련공이었다. 다루기 쉬운 새로운 기계가 개발되면서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 산업 현장에 밀려들어 옴에 따라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서 기계를 파괴하고 자본가를 공격했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표준화된 기계가 공급돼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 결과 전통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에 새로운 일자리가 폭증했다. 산업 성격이 수공업에서 기계화로 전환되면서 이전의 직업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직업이 출현한 결과다.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이어지는 동안 일자리 수는 계속 늘어 왔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 초기인 2022년까지 7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억3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율화와 디지털화의 본격 진행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일자리 수는 실제로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원인의 하나는 사라질 직업은 분명히 알 수 있는 반면에 새로 생길 직업을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산업 변화로 얻게 될 혜택이 사회 전체로 분산되는 반면에 비용 절감의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전문성이 다소 낮은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에릭 브리뇰프슨은 직업 문제에서 “낙관론자나 비관론자는 우리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사실로 믿지만 자신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을 사실로 믿는다”며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의 직업이나 일자리는 우리가 택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지능(AI), 자율로봇, 빅데이터,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 기술은 분명히 많은 직업과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지만 기계학습에 필요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자율로봇을 감시하는 직업과 같은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낼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신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향후 직업의 성격과 일자리 수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직장에서 일하는 임시직 경제(기그 이코노미)가 확대될 것이며, 일반인이 3차원(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형 직업이 크게 늘 것이다. 현재의 제도로는 이 같은 변화 수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하는 제도에 따라 늘어나는 직업과 일자리 수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다음 주에는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데 요구되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