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작년 내수 180만대 벽이 무너진 자동차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 부품 공급 지연으로 국내 완성차 공장이 가동률 조정에 들어간 가운데 발표를 앞둔 신차 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모처럼 신차 출시로 실적 반등을 노렸던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국산차와 수입차 업체들이 올해 판매를 책임질 신차를 소개하는 신차발표회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먼저 르노삼성자동차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내달 4일 개최하려던 XM3 신차발표회와 시승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9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출시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XM3가 내수와 수출을 책임질 핵심 신차인 만큼 판매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아자동차가 내달로 예정한 신형 쏘렌토 신차발표회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기아차는 아직 발표회 연기나 취소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애초 1분기로 계획했던 신형 아반떼 출시를 미루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차 발표로 반등을 노렸던 수입차 업계도 잇달아 차질을 빚게 됐다. BMW는 이달 초 개최하려던 1시리즈와 2시리즈 출시 행사를 한 차례 연기한다고 밝혔으나, 사태가 나아지지 않자 아예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BMW가 영종도에 운영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문화공간 BMW 드라이빙센터도 이날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방문자 안전을 위해 심사숙고 끝에 행사 취소와 드라이빙센터 휴관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르쉐와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도 이번 주와 다음 주 개최하려던 신차발표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신차와 신기술을 소개하는 관련 전시회 개최도 빨간불이 켜졌다. 수소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는 다음 달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하려던 수소모빌리티+쇼를 오는 7월 1~3일로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4월 초로 예정된 전기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5월 말 부산 벡스코에 열릴 부산모터쇼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발표회나 전시회는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에 속한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업체별로 상반기 계획했던 행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