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명퇴제 반대 이유에는 국민 정서와 공공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꼽힌다. 국책은행으로서 넘기 버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사회 곳곳과 연관성이 높다. 결정에 따른 파급력이 크다.
국책은행 명퇴제 확대 주장을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 않다. 이미 높은 대우를 누리는 국책은행에 과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국책은행은 고용이 안정되고 연봉이 높아 소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국책은행을 따라다니는 '방만 경영' 꼬리표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명퇴제 반대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2018년 말 기준 국책은행 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원을 상회했다. 국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기타공공기관 평균연봉인 6743만원을 뛰어넘었다. 공기업 평균연봉 7842만원도 훌쩍 넘었다. 퇴직금 이전에 임금에서부터 국민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국책은행 총 인건비, 명퇴제 칼자루를 쥔 쪽은 정부다. 국책은행은 기획재정부 방침을 따라야 한다. 국책은행과 정부 간 간담회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정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정부가 제도 개편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복수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가 고려하는 것은 형평성이다. 국책은행 명퇴제는 다른 공공기관에도 동일한 잣대다. 국책은행에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면 특혜 시비가 벌어진다. 국내 공공기관은 360여개 달한다. 나머지 공공기관 명퇴 확대 요청이 이어질 경우 정부로선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 명퇴금 확대에 따른 세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익사업을 하는 국책은행과 달리 대다수 공공기관은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 세금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국책은행 노조가 불리한 조항은 거부하고, 유리한 조항만 요구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임금체제 개편이 대표적이다.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급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고 있다. 직무급제에서는 업무 성격, 난이도에 따라 보수가 차등 책정된다. 업무에 따라 임직원 간 보수가 달라진다. 직무와 능력 중심 임금체제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직무급제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노조 집행부는 직무급제 강제도입 저지를 올해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 노조가 강경 입장을 내세우면서 국책은행은 직무급제 도입 논의가 더욱 어려워졌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직무급제 도입'을 언급했다가 수출입은행 노조 항의를 받았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취임 당시 기업은행 노조와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 노동조합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향후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와 금융노조 간 갈등이 예고된 셈이다.
전문가는 국책은행 명퇴제 요구가 합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현 구조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안정적 고용과 고임금의 국책은행이 퇴직금 확대까지 주장하는 것 자체가 공감을 얻기 힘들다.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면서 “퇴직금은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먼저 받아들인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명퇴금이 국민 세금이 아니라는 입장에는 “국책 금융기관에 자기자본 형태로 세금이 이미 투입된 상태다. 수익이더라도 세금과는 떼놓을 수 없다”면서 “직접 재정자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국민 세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