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상반기에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2종을 양산한다. 양산 목표는 11만대다. 지금껏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역대 친환경차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전용 전기차 2종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2 전동화 브랜드 도약의 첫발을 내디디게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현대차 'NE EV'(프로젝트명), 기아차 'CV EV' 등 전용 전기차 2종의 양산 일정 및 목표를 협력사와 공유했다.
먼저 NE EV는 내년 1분기에 7만7000여대 규모로 양산을 시작한다. 이어 2분기에는 CV EV 3만3000여대를 양산한다. 전용 전기차 2종의 총 양산 목표는 11만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전용 전기차는 세계표준전기차용플랫폼(E-GMP)을 채택한 첫 양산형 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 E-GMP는 차량 뒷좌석 아래 탑재한 기존 배터리팩 적재 방식과 달리 차체 하부를 평평하게 설계,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된 고전압 배터리팩과 모터 적재 방식을 택했다.
고객 선택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변경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기본 골격인 차대에 간단한 공정으로 배터리팩 탈·부착이 가능하다. 자유자재로 배터리팩을 교환할 수 있다. 고전압 배터리팩 적용으로 한 번 충전 주행 거리는 최대 500㎞에 이른다.
NE EV와 CV EV는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고객층을 분산하기 위해 차체 형태를 차별화한다. NE EV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개발했다. CV EV는 차고를 조금 더 낮춰 콤팩트 세단 형태로 출시된다.
초기 배터리 물량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현대·기아차가 예정한 네 차례의 발주 계획 가운데 1차분이다. 초도 물량은 SK이노베이션이 전담하지만 앞으로 공급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2차분 입찰에 기존 공급사인 LG화학과 삼성SDI, 중국 CATL과 BYD(비야디) 등이 참여했다.
내년을 기점으로 초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400㎾급 고전력 급속 충전기로 20분 이내 초고속 충전에 대응하도록 전용 전기차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시범 사업 개념으로 연내 수도권 주유소에 초급속 충전소 하이차저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용 플랫폼과 핵심 전동화 부품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11개의 전용 전기차를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포함)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는 내년 전용 모델 출시를 필두로 지난해 9종에서 2025년 23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면 부품 공용화로 전기차 원가 구조를 혁신할 수 있다”면서 “생산 라인도 효율화돼 차종당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