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코로나19, 오프라인 유통업 추락 방아쇠 당겼다

[이슈분석]코로나19, 오프라인 유통업 추락 방아쇠 당겼다

소비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수십 년간 국내 유통산업을 주도해온 백화점·대형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채널이 이커머스에 밀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유통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롯데쇼핑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이마트는 수장 자리에 첫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올해 부진을 만회하겠다며 절치부심했지만, 코로나19 변수로 효과가 반감될 위기에 놓였다.

텅 빈 매장과 확진자 동선에 따라 줄줄이 문 닫는 점포를 바라보는 유통업체의 심경은 충격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내부에선 “코로나19가 오프라인 유통업 몰락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쏟아진다.

이미 예전부터 전통 유통업체가 설 땅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백화점·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58.8%로 나타났다. 4년 전인 2015년 69.8% 대비 11.0%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2%에서 41.2%로 늘었다. 100만원을 쓰면 40만원은 온라인에서 쓴다는 의미다.

온라인은 뛰는데 오프라인은 뒷걸음질이다.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 매출 신장률이 14.2%인 반면에 오프라인은 0.9% 감소하며 5년 만에 역성장했다.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매섭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34조5830억원이다. 2016년 65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똑같은 크기의 시장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지난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인한 임시휴점했던 롯데백화점 본점에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연합
지난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인한 임시휴점했던 롯데백화점 본점에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연합

소비패턴 변화로 규모의 경제를 받치던 대규모 점포망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저성장 기조 속에 민간 소비 증가분을 온라인 채널이 독식하면서 대기업들도 버텨내질 못했다. 사실상 '점포 수=매출' 등식이 깨졌다. 롯데쇼핑은 작년 8536억원 당기순손실을 거두며 점포 30%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작년 영업이익이 67.4% 급감한 1507억원에 그쳤다. 2013년 7350억원의 대비 5분의 1 토막 났다.

코로나19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피하고 온라인쇼핑을 찾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연쇄 셧다운 공포도 커졌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들어 전국 9개 점포가 확진자 방문으로 줄줄이 문 닫았고 이마트 역시 12개점이 임시휴업하며 타격을 입었다.

지난 10일에는 전국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전 점포가 방역을 위해 동시 휴업하며 1000억원대 매출이 증발했다. 지난 한 달간 유통업 피해 규모만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방역 후 다시 영업을 재개해도 기존 객수를 회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염 우려에 따른 고객 감소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소비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마트와 이커머스 등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손해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유통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될 시장 판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끝난 후에도 떠나간 고객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비대면 소비가 촉발한 온라인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오프라인 유통업 몰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단순히 한 업태의 몰락이 아닌 사회 전반에도 후폭풍을 미친다. 일자리 감소가 대표적이다. 유통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유통업의 고용 비중은 14.2%로, 전체 사업 평균의 3배 수준이다. 대형마트 점포 한 곳에 직접 고용 인원만 200여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500명 정도가 근무한다.

그러나 극심한 실적 악화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고용 창출 여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유통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수만개 일자리도 함께 증발될 수밖에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같은 전통적 유통업은 몇년 전부터 구조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면서 “온라인 업체에 비해 혁신이 늦었던 내부적 요인도 있겠지만 정부의 규제나 최저임금 상승 등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도 유통 대기업의 몰락을 가속화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