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전망과 달리 금통위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3%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코로나19 후폭풍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높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택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아직은 금융 안정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고강도 규제를 통해 가까스로 막고 있는 집값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될 경우 임시 금통위 등을 열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조정한 사례가 있다”면서 “아직까지 임시 금통위까지 거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만 항상 적기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좀 더 지켜본 뒤 통화정책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경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가 3월에 정점에 도달한 뒤 진정세에 접어든다는 가정 아래에 내놓은 전망치다.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다른 감염병보다 클 것”이라면서 “사태 전개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소비가 가장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충격이 상당 부분 집중될 것으로 보여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관광,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종으로 꼽혔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2.4%)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1.0%)는 그대로 유지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