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바라보는 것, 그 신비를 알아가는 것, 그 속에서 나만의 우주를 꿈꾸는 것.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낭만적인 소망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주를 바라보며 별과 공간을 헤아리는 것은 마치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것처럼 생각돼, 산꼭대기에 있는 천문대 사진을 보면 일부 사람들만의 세상이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 실생활 속에도 천문학에서 파생된 첨단 기술이 많이 쓰이고 있다. 병원 의료 검사 시스템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에 활용되고 있는 자기공명(MR) 기술은 멀리 있는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서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이 받은 신호를 전자적으로 결합해 초대형 가상 망원경 효과를 구현해 영상을 얻어내는 합성개구법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블랙홀 전파 분석을 위한 기술이 현재 내 손 안에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호주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은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전파를 분석하려고 만든 기술을 활용해, 상용의 무선 전송 기술을 만들어냈다. 주변의 벽이나 구조물 등에 의해 무선 신호가 교란돼도 전송되는 정보가 유지되도록 하는 와이파이(WiFi) 집적회로를 만들어서 각종 전자기기나 휴대폰에 쓰이도록 보급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디지털 카메라에도 천문학 응용 기술이 담겨 있다. 전하결합소자장치(CCD) 센서는 원래 천문 영상 촬영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CCD는 1976년 천문 관측에 최초로 사용된 후 빠른 속도로 필름을 대체하며 망원경은 물론 개인용 카메라, 웹캠, 휴대전화에 활용되고 있다.
우주 속 다른 행성에 대한 연구가 지구의 환경 연구에 적용되기도 한다. 금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복사전달 이론은 지구의 시스템 및 기후 변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하며 에어로졸(대기 중 고체상이거나 액체상 혹은 혼합상태인 입자) 및 미량기체가 기후에 미치는 효과를 반영한 대기모형이 됐다.
최근을 빅데이터 시대라고 일컫는데, 천문관측 데이터들이야말로 '천문학적인'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다. 이 데이터들을 분석하기 위해 그리드 컴퓨팅, 분산 컴퓨팅 기술이 개발돼 '빅데이터' 시대를 주도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호기심 많은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기술개발에 앞장서서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연구원에서는 지난 2월 천문우주기술센터를 출범시켰다. 센터는 천문우주과학 연구를 경쟁력 있게 수행할 수 있는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하며,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첨단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주요 미션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성숙시켜 천문우주과학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나아가 의학, 영상, 통신, 에너지 및 환경, 계산과학,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응용기술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도 중 하나가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이라는 뜻의 슈퍼아이(Super Eye) 브리지 사업이다. 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주관하는 창의형융합연구사업으로, 천문우주기술센터에서는 극한환경에서도 또렷한 영상을 보고 독립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신개념 관측시스템, 지금까지 전자기파로만 우주를 관측하던 한계를 넘어 중력파로 우주의 새로운 일면을 보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망원경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자의 머리와 마음에 불이 나야 따뜻하고 편리한 기술을 만들 수 있다. 불꽃을 품은 많은 천문학자들과 개발자들이 앞장서,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우주의 이치를 깨달으며, 어떤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매김할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한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믿는다.
한정열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장 jhan@ka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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