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택근무 풍경

최근 동네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꽤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권장하면서다. 회사에선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취지에서 재택근무를 장려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카페로 출근한 것이다.

참고사진. 연합뉴스
참고사진. 연합뉴스

아침 출근길에 카페로 향한 이유는 다양했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도 함께 쉼에 따라 아이들이 집에 있어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사연부터 집에 책걸상이 없다는 옹색한 사정도 있다. 무엇보다 집에서 회사 일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재택 업무가 낯설다는 입장이다. 집중이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전례 없는 전면 재택근무 시행에 그럴만도 하겠다고 일부 이해도 된다. 현실 상황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재택근무 아닌 '카페출근'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아침 출근 시간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밀집하는 지하철역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일부 도움이 될 순 있겠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드나들며 좌석에 소독이 안 된 카페는 기업에서 추구하는 재택근무의 원래 의도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기업에선 직원을 회사에 출근시키지 않고 집에서 일하도록 하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나섰지만 실상은 예상과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기업이 이처럼 재택근무보다 더 큰 '리스크'를 예상했을까.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당분간 재택근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이 같은 전면 재택근무를 장려한 적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는 직원이 실제로 집에서 일하는지 카페 같은 다른 장소로 가는지 자세히 알 도리가 없다. 사생활 문제도 있다.

재택근무를 왜 시행하는지 취지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회사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이 아니다. 감염력 높은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게 재택근무 취지다. 기업과 종사자 모두의 노력과 희생이 일정 정도 요구되는 위급한 상황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