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사실상 세계적인 유행병(팬데믹)을 목전에 뒀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한국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 북미, 남미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세계적 위험도를 '매우 높음' 단계로 올렸다.
WHO 등 외신에 따르면 2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20여개 국가가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지역에 추가됐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모나코, 아제르바이잔, 멕시코, 네덜란드, 벨라루스, 산마리노, 파키스탄, 에스토니아, 조지아, 그리스, 북마케도니아, 노르웨이, 루마니아, 덴마크, 브라질,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중국 인접 지역과 관계없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염병 확산이 이어진다. 코로나19 발생 국가는 2월 1일 24개국에 불과했으나 한 달 사이 61개국으로 3배가량 늘었다.
중국발 비행기를 차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적극 나섰던 이탈리아는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전염병 확산 비상이 걸렸다. 사망자도 29명에 달한다. 프로축구, 영화제 행사, 프로배구 등 각종 행사는 모두 중단조치 됐다. 1일 기준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는 1128명이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52%가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격리 중이며 일부 식료품 매장에서는 바이러스 공포로 사재기까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지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이탈리아 전체에 대해서는 '여행 재고'를 유지했다.
이란은 확진자가 593명, 사망자는 43명으로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마무메 엡데카르 이란 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통령뿐 아니라 보건차관 등 하산 로하니 정권 최고위급 인사도 7명 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사망 수치보다 5배가 더 높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코로나19 관리 도마에 오른 일본은 초·중·고교 전면 휴업을 결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국적인 스포츠·문화 행사 연기, 축소를 요청했으며 2일부터 봄 방학이 끝날 때까지 전국 초중고교와 특별지원학교가 임시 휴교하도록 했다. 봄 방학은 3월 중하순부터 4월 초까지다. 일본은 누적확진자 239명, 사망 5명이다. 여기에 크루즈 확진자 705명(사망 6명)을 더하면 1000명 가까운 인원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초기 폭등하던 시기를 지나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하루 확진자 400~500여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1일 기준 7만9824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2870명이 해당 질환으로 사망했다.
2월 26일 브라질에서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상파울루시에 거주하는 61세 남성이 검사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남성은 9~21일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여행하고 귀국했다. 상파울루 시내 병원과 국가 지정 검역 기관에서 받은 두 차례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WHO도 2월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중국 이외 지역에서 빠르게 확진 환자가 늘어나는 사례를 들며 위험도를 가장 높은 단계인 '매우 높음'으로 격상했다. 매우 높음은 전체 4단계로 나눠진 WHO 질병 경보체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며칠 동안 코로나19 확진자와 피해국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명백한 우려”라면서 “코로나19가 들이닥칠지 모르니 (각국 정부가)깨어나서 준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