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 본관에서 101주년 3·1절 기념식을 갖고 “함께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금 3·1 독립운동으로 되새긴다”며 “매년 3월 1일, 만세 함성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다.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은 '일천구백이십년.삼월.일일'을 주제로 '함께, 영웅, 극복'을 키워드로 마련됐다.
독립선언문 낭독은 전 세계에 알리는 독립선언문을 테마로 낭독됐다. 원문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수어와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문 순으로 각 언어를 사용하는 원어민 또는 귀화 한국인이 낭독했다.
원문은 김원웅 광복회장이, 영어는 영화 '기생충' 등 한국영화의 영어 번역가인 달시 파켓씨, 일본어는 호사카 유지 교수, 중국어는 귀화 경찰관인 조계화 경장, 러시아어는 최재형 독립운동가 후손인 최일리야 학생, 수어는 국립국어원 수화사전을 제작 중인 수어통역사 이현화 주무관,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문은 패션모델 한현민씨가 순서대로 낭독했다.
만세삼창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실사형 디지털 아바타로 구현된 김구 선생과 유관순 열사,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3인이 선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 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단합된 힘으로 역량을 길렀고 무상원조와 차관에 의존했던 경제에서 시작해 첨단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을 거쳐) 드디어 정보통신산업 강국으로 우뚝 섰다”면서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한다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라며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하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했다. 3·1 운동 속 선조들의 용기, 단결된 국민의 힘을 잊지 말고 다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고 독려했다.
북한과 일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해·재난,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사이버범죄 등 국경을 넘나드는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이 많아지고 있어 초국경적인 협력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선언서'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다. 동아시아 평화와 인도주의를 향한 노력이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물론 인접한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는 보건 분야 공동협력 희망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엔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역사를 거울삼아 함께 손잡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방역대책도 강화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이끄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5부요인 중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만 참석했다. 국무위원 중에서도 행정안전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불안감 확대로 인해 일반인 참석을 최소화했다”면서 “감염 전파 가능성 등이 높은 포상 수여에 대해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식순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국내로 모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라며 “카자흐스탄 정부와 크즐오르다 주 정부 관계자, 장군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주고 묘역을 보살펴온 고려인 동포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