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4~5년 전부터 공들여 개발한 신차 생산과 판매 계획이 코로나19로 줄줄이 미뤄지면서 오랜만에 슈퍼사이클 진입을 노렸던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위기감에 휩싸인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까지 총 20종의 신차 계획을 세웠다. 올해를 신차 변경 슈퍼사이클 기점으로 삼고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신차 출시 일정을 두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기아차는 당장 지난달부터 사전계약을 받고 있는 신형 쏘렌토를 이달 출시할 예정이나, 정확한 판매 개시일은 공지하지 않고 있다. 처음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연비 효율 미달로 친환경차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데 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판매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애초 올해 1분기 출시를 계획했던 제네시스 G80 3세대 모델과 아반떼 7세대 모델의 출시 계획도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협력사에는 해당 신차 부품 공급 일정을 다소 미뤄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현재 생산 중인 차종조차 100%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신차 투입 시기가 계획보다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년 판매 침체로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양사는 새로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를 내놓고 올해 판매 반등에 나설 계획이었다.
앞서 한국지엠은 코로나19 이후 부품 수급 지연으로 지난달 17일과 18일 양일간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는 부평공장 생산라인을 중단했다. 다행히 중단 이후 빠른 생산 재개로 지난달 말부터 하루 평균 150대가량 출고를 재개했지만, 판매 실적 개선은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게 됐다.
르노삼성차도 이달 4일 열려던 XM3 신차발표회를 취소하는 등 출시와 동시에 악재를 만났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신차 6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대로 된 신차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생산 중단 우려도 크다. 완성차 업체들은 내부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공장 폐쇄가 불가피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제네시스 GV80과 팰리세이드 차량을 생산하는 2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상황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 판매가 90%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3대 자동차 전시회인 제네바모터쇼도 개막을 3일 앞두고 돌연 취소되는 등 글로벌 신차 마케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