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 행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 UAE에서 열릴 예정인 바라카 원전 완공 행사 규모가 원래 계획보다 대폭 축소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12월에 수주한 '수출 1호 원자력발전소'다. 지난달 UAE 원자력규제청(FANR)은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운영 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는 바라카 원전 완공 행사에 문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김종갑 한전 사장,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행사는 우리나라의 수출 1호 원전 완공을 기념하고, UAE 입장에서는 중동 지역에서의 최초 원전 가동을 선포하는 자리다. 또 한·UAE 수교 40주년 축하와 함께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그러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서면서 바라카 원전 완공 행사에 문 대통령 참석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비상 상황에 대통령이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이유에서다. UAE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21명 발생, 자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행사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진단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 완공 행사에 참석할 공산은 낮다”면서 “이달 중순에 행사가 예정대로 개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UAE 측에서 늦어도 이번 주까지는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한수원 사장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행사 참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전 남해지사·대구사업소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한수원 경주 본사와 월성원전본부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비상경영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은 물론 주요 인사들도 바라카 원전 완공 행사에 참석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행사 규모도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후 UAE 정부가 한국을 입국 제한 대상국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