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현장이어서 재택근무는 아예 할 수 없고, 마스크는 직원들이 개별 구매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마스크 구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로봇 부품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이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마스크 대란'까지 겹쳐 직원들이 어려움과 불편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산업단지 방역도움센터'를 통해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어도 대구·경북 지역 산업단지에 방역물품과 마스크를 우선 배포, 다른 산업단지 기업들은 마스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스크 대란은 제조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도 새벽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이다. 마스크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쌓아 놓은 일부 유통업체 외에는 대부분의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방역도움센터에서도 다른 방역기구 수요·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마스크 보급 지원 확대에는 한계에 부닥쳐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조 중소기업을 따로 챙길 여력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이후 관리를 대형 사업장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산업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정부 처지에서는 급한 불을 우선 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때는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을 꼼꼼히 살펴봤으면 한다. 아직까지 제조 현장 확진 사례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위주로 알려졌지만 확진자가 있음에도 숨죽이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밑바닥을 다지는 뿌리기업까지 난도질한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이 입은 내상도 대기업 생산 라인이 멈춘 것만큼이나 클 것이다. 요식업 등의 어려움도 크지만 중소 제조기업이 무너지면 우리 산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 밸류체인에서 필수품을 생산하는 작은 기업들을 살펴야 한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달 현대차 국내 공장이 '셧다운'된 것도 배선 뭉치를 연결하는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밸류체인을 고려, 정부가 선제 대응하길 바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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