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17년 세계인구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 수는 약 76억명(2018년 7월 기준)에서 매년 0.6% 증가해 2050년에는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식량이다. 현재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는 기후 변화와 산업화 영향으로 계속 줄고 있다. FAO는 인구가 100억명에 이르면 전체 식량 생산량을 약 70%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100억명의 식량 자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이 절실하다. 실제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식물성 육류 같은 대체육이나 식용 곤충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 등장하고 있음은 물론 미래 농업 기술 '애그테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그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좁은 면적에서 최대치의 생산량을 끌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애그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애그테크 투자 정보 제공 기업 애그펀더에 따르면 전 세계 애그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3년 21억달러에서 2018년 169억달러로 급증했다.
이제 애그테크는 인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유망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애그테크에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수직형 농장'이다.
식물공장이라고도 불리는 수직형 농장은 도심 안에서 재배가 가능한 아파트형 농장으로, 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의 대표 형태다. 수직형 농장은 좁은 면적의 실내에 양육 단계에 따라 수직으로 배열된 레이어에서 기르기 때문에 계절이나 날씨와 관계 없이 작물을 대량 재배할 수 있다.
동일 면적 대비 생산성은 기존 농장의 350배나 되며, 생장 속도도 최대 2~3배 빠르다. 또 수직형 농장 안에서 햇빛 없이 식물 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식물등 기술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보통 식물의 광합성은 415~470㎚(청색광) 및 640~670㎚(적색광) 범위에서 빛을 흡수한다. LED 식물등 기술은 식물 재배에 도움이 되는 광파장을 내보내 태양빛에서 기른 식물과 흡사한 효과를 내는 등 최적의 생육 환경을 만들어 낸다.
이 덕분에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이나 우기는 물론 자연재해에도 시설에 문제가 없는 한 식물 성장을 촉진시켜서 식물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 농장에 비해 물을 덜 사용하게 됨은 물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직형 농장 시장 규모는 2023년에 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직형 농장 산업은 현재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정부 및 기업도 일찍이 관심을 보이고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은 2009년 해양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폐쇄형 육묘장치인 컨테이너형 식물 공장을 남극 세종기지로 보내 언제든지 신선 채소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은평구 통일로 일대와 양천구 목동에 수직형 농장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미래에 펼쳐질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찾기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후 변화와 산업화 영향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경작지가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할 때 수직형 농장, LED 식물 등과 같은 애그테크 산업이 식량 부족난을 최소화하고 미래 농업의 희망으로 자리 잡을 것이 틀림 없다.
강용남 시그니파이 동북아지역 총괄사장 ryan.kang@signif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