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 물질에 부분적으로만 전기가 통할 수 있게 만든 기능성 소자가 등장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이종훈 다차원 탄소재료연구단(단장 로드니 루오프) 그룹리더(UNIST 교수) 연구팀이 UNIST), 세종대, 싱가폴 난양공대 연구진과 2차원 절연체 물질인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를 쌓아올린 물질 경계에서 1.5나노미터(㎚) 두께 전도 채널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붕소(B)와 질소(N)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놓인 hBN은 높은 안정성을 지닌 2차원 소재다. 물성은 우수하지만 밴드갭이 넓은 부도체여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hBN의 밴드갭을 5일렉트론볼트(eV) 이하로 낮추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나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화학기상증착법을 통해 위층의 육각형 모양 분자가 아래 층 바로 위에 놓인 적층 구조, 위층 육각형 모양 분자가 엇갈려 쌓인 구조를 구현했다. 또 이들이 맞닿은 경계면에서 밴드갭이 0eV가 되는 단원자 두께 전자 통로가 형성됨을 확인했다. 이후 원자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TEM) 및 이미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이 통로의 정확한 형태를 규명했다. 적층 경계에서 길쭉한 육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형태임을 확인했다.
도체와 부도체를 결합하여 만드는 소자의 경우 두 소재의 표면을 감싸서 안정화시키는 부동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소자는 절연체인 hBN 사이에 전자통로가 내재된 구조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동화 과정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종훈 그룹리더는 “그간 2차원 전자소자 분야에서 hBN은 그래핀이라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을 해왔다”며 “hBN이 부도체이자 도체로 역할 할 수 있음을 규명한 만큼 향후 hBN 단일전자소자 등으로 응용 범위를 무한히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