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한국전력과 남동발전 등 발전 6사가 해외에서 신규 수주 또는 발전소 준공 등으로 확보한 매출(잠정)이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신규 원전 수주가 전무한 우리나라 에너지 수출 가뭄에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주가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본지 취재결과, 한전과 발전 6사는 2017년 12월 이후부터 총 16건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주 및 발전소 준공 실적을 냈다. 이를 통해 총 3조9942억원 매출을 유치했다.
한전은 총 5건 신재생에너지 해외 사업에서 2조61억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괌 전력청으로부터 수주한 60㎿ 태양광 발전소를 올 상반기 중 착공해 내년 11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 32㎿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함께 구축,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는 BOO사업 방식으로 25년간 약 4049억원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294㎿ 규모 멕시코 태양광 발전사업을 수주, 35년간 운영하며 약 2870억원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준공에 따른 수익 개선도 기대된다. 한전는 지난해 10월 요르단 후세이니아 지역에서 89.1㎿ 푸제이즈 풍력발전소를 준공, 중동 내 첫 풍력사업에 발을 내딛었다. 20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걷어들이는 매출은 약 6788억원이다. 또 한전은 2018년 12월에는 필리핀 칼라타칸 태양광 발전소(50㎿) 지분 38%를 인수, 국영송전공사와 장기 전력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18년간 3180억원 매출을 기대했다. 2017년 12월 준공한 일본 치토세 태양광 발전소 지분은 80%을 갖고 있으며, 발전기간(25년) 동안 매출액은 약 3174억원으로 추산된다.
발전6사 중에서는 남동발전의 해외사업 실적이 월등하다. 남동발전은 △칠레 분산형 태양광(50㎿·지분50%) △네팔 어퍼트리슐리-1 수력(216㎿·지분50%) △파키스탄 굴르프 수력(102㎿·지분76%) △파키스탄 아스리트 케담-1 수력(215㎿·지분60%) △파키스탄 아스리트 케담-2 수력(238㎿·지분60%) 등 5건 사업을 수주했다. 이 중 2건은 이미 발전소 준공을 완료했고 나머지 3건은 2025년 9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남동발전은 이들 사업으로 총 1조5604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부발전은 이달 준공 예정인 칠레 PMG 태양광(38㎿) 사업으로 2043년 11월까지 618억원을,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요르단 대한풍력(51.75㎿) 사업으로 향후 20년간 1640억원 수익을 얻는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6월 착공한 칠레 분산형 태양광 사업 지분 49%를 보유, 25년간 1004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중부발전은 내년 11월 준공하는 스웨덴 스타브로 풍력 사업에서 향후 25년간 783억원 매출을 전망했다.
이 밖에 한수원이 EPC(설계·조달·시공)를 맡은 '네팔 차멜리야 수력(30㎿)'과 서부발전이 지분 6%로 참여한 '호주 배너튼 태양광(110㎿)' 사업에서 약 192억원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기업은 물론 민간 에너지 기업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와 달리 해외는 발전과 전기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또 각국이 에너지전환 정책 참여를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에도 사업 기회가 다각도로 열릴 전망이다. 또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FP)이나 채권 등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 관계자는 “기존 석탄화력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저탄소·친환경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해외 사업 먹거리를 지속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