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정유업계 '주름살' 소비자 '웃음살'

[사진= GS칼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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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유업계와 소비자 간 희비가 엇갈렸다. 정유업계는 정제 마진 하락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반면에 당분간 이어질 유가 추세 하락으로 소비자 실익은 늘어날 전망이다.

10일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30.2달러까지 하락했다. 전날 종가 31.13달러 대비 약 3% 내렸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 원유 선물 가격도 한 때 33.14달러로 전날 33.45달러 보다 1% 하락했다. 9일 30% 대에 이르던 낙폭을 큰 폭으로 줄였지만 약보합세가 이어졌다.

유가 급락에 정유업계는 주름살을 짓고 있다. 통상 원가 부담이 적어지고 수요가 뒷받침되면 마진이 확대,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국제 유가가 한 때 배럴당 100달러에서 2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2014~2015년 정유업계가 호황기를 맞은 이유다. 하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황은 그 반대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운송 등 수요가 더욱 급감했다.

실제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배럴당 1.4달러로 전주보다 0.9달러 하락했다. 작년 말 마이너스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등했지만 회복세가 꺾였다. 현재 추세라면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제마진이 수익과 직결되는 정유업계로서는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유가 급락으로 재고 자산가치까지 하락해 단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여기에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 소비자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타격이 오래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소비자들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기름값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유소 기름값은 2~3주 전 국제 유가를 반영해 매겨진다.

국제 유가는 추세 하락이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0만배럴 이상으로 늘리고 원유 공급가격을 20%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참여하는 오펙플러스(OPEC+) 간 감산 합의 불발은 정치적 이해가 얽혀 있어 해법이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유소별 기름값은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각기 인건비와 토지임대료 등을 기름값에 반영, 개별 책정하기 때문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