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인천공항 면세점 첫발…남은 노른자위는?

DF2, 향수.화장품 매장으로 고매출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선두 사업자를 제치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7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남은 2개 구역을 놓고 면세점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된다. 특히 노른자위로 꼽히는 DF2 사업장 임대료 조정을 놓고 업계와 공사 간 줄다리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주 내 DF2(향수·화장품)와 DF6(패션·잡화) 재입찰 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구역은 과도한 최소보장금(임대료) 부담에 따른 입찰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재입찰은 1차와 동일하게 진행되고, 다시 유찰되면 최소 임대료 감액이 이뤄질 수 있다.

면세점들은 1161억원으로 책정된 DF2 최소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제2터미널(T2)로 탑승객이 분산됐음에도 지난번 입찰 때보다 임대료는 16% 더 올랐다. 업계는 유찰이 반복돼 최소보장금 하향 조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적정 임대료만 보장되면 DF2는 모두가 탐낼 알짜 매장이다. 이번 입찰 매장 중 유일한 향수·화장품 사업장으로 평당 매출도 가장 높다. 특히 향수·화장품은 공항면세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이다. 지난해 T1 면세점 품목별 매출 중 향수·화장품 점유율은 38%로 주류·담배(28%), 패션·잡화(22%)를 앞선다.

업계는 DF2 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롯데면세점을 꼽는다. 이번 DF4(주류·담배) 사업권을 가져간 롯데면세점은 T1 사업장이 1개뿐이다. T2에서 운영 중인 사업장 역시 주류·담배 매장이다. 점유율 확장을 노리는 롯데 입장에서 추가 입찰이 절실하다.

탑승동까지 떠안아야 하는 DF6(패션·잡화)에 대한 관심도 덜한 편이다. 같은 패션·잡화 매장인 DF7 입찰에서도 4개 사업자 중 가장 낮은 금액을 써냈다. 현대백화점 베팅 금액과 100억원 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항면세점 핵심 품목인 향수·화장품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DF2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1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 사업자 선정 종합평가 결과
인천공항 1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 사업자 선정 종합평가 결과

DF2를 수성해야 하는 신라면세점 입장에서는 T2에서 향수·화장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이번 입찰에서도 사업권을 방어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익성에 초점을 둔 방어적 베팅에 무게가 실린다.

기존 사업장을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내준 신세계면세점은 입찰 참여를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DF2 낙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미 DF1 구역에서 향수·화장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DF2까지 차지할 경우 해당 품목 사업권을 독점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면세시장 독과점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공사가 신세계에 향수·화장품 사업을 몰아주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다만 다크호스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꼽힌다. DF7을 차지하며 공항에 첫 발을 내딛은 현대백화점이 내친김에 DF2 사업권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입찰 대상인 DF6의 경우 당초 공고한 '동일 품목 복수낙찰 금지' 원칙이 유지될 경우 DF7와 겹쳐 입찰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규모의 경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과감한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재무 부담이 관건이다. 동대문 시내점까지 오픈한 상황에서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패션잡화 사업장인 DF7의 경우 계열사인 한섬과 시너지를 노릴 수 있지만, 향수·화장품 사업은 롯데·신라 등 선두업체 대비 운영 역량에서 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재공고를 확인하고 입찰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