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라이트(iBright)는 최근 정부 연구개발(R&D)지원사업 공고를 확인하다 화들짝 놀랐다. 자사가 개발한 구강치료 의료기기와 유사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정부가 3년간 22억원가량을 지원한다는 공고를 확인했다. 제품비교 표부터 자사 제품이 나와 있었으며 일부는 성능 왜곡까지 있었다. 곧바로 항의했지만 개발 제품과 다르다며 정확한 근거 등 서류를 요구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과 유사한 정부 연구개발(R&D)공고가 아무런 제재 없이 진행 돼 논란이다. 연구개발 근거가 되는 시장조사조차 엉터리로 진행, 짜깁기 제안요청서(RFP)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2020년도 전자시스템전문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를 내고 두 달간 사업 참여 접수를 받았다. 중소·중견기업을 전자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술개발 지원이 목적이다. 사업은 3D프린팅 특화설계 기반 스마트제조 기술개발, 5G연계 증강현실 기기, 시스템 기술개발, 광융합 휴먼케어 기술개발 세 가지다.
문제는 광융합 휴먼케어 기술개발 항목 가운데 '구강건강 관리를 위한 LED 표준광원과 가정용 구강 케어 기기 개발'이다. 이미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유사하다. 연구개발이 진행되더라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들 연구에 정부사업비는 3년간 총 22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해당 RFP는 '구강 내 염증성 질환 예방 및 완화를 위한 LED 광원 기반 구강 토털 케어 기기 개발'로 연동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세균 증식 억제 등 관련 기술 확보가 주요 사안이다.
이미 스타트업인 아이브라이트는 이런 기능을 구현한 구강치료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아이브라이트는 구강치료재생, 치아미백 의료기기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완료, 해외 시장에 판매된다. 스마트폰으로 사용이력 조회 등 치아 건강 관리도 가능하다. 핵심 성능지표로 제시되는 염증완화 효과 및 유해세균 억제 부문에서도 이미 성능을 인정받았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 대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브라이트는 정부 R&D 기술개발 근거가 되는 시장 조사의 부실함을 꼬집었다. 국내 기업 기기와 해외 기기 비교표에 등장하는 미국 제품 '브리슬(Bristl)'이 국내 제품(아이브라이트) 해외수출 브랜드 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교표에 나와 있는 수치조차 사실과 달랐다. 광원파장을 일으키는 LED종류가 국내 기기뿐 아니라 해외 기기에서는 2종을 사용하고 있으나 1종이라고 명시했고, 2종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차희찬 아이브라이트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 테크노파크, 보건산업진흥원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동 시장까지 진출했다”면서 “정부가 수십억원을 투입해 이미 시장에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말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과제를 대행한 산업기술평가원은 시장조사 근거지표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사업공고는 이미 나온 제품과 차별점이 있다고 항변했다. 단순히 칫솔로 제한한 것이 아니라 구강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기업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내부적으로 따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기술평가원 관계자는 “해당기업 제품은 전동칫솔이지만 사업공고는 단순히 칫솔에만 한정하지 않은 구강 의료기기를 목표로 한다”면서 “문제가 된다면 의견을 정식적으로 접수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거나 위원회를 별도로 개최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