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기업 4곳 중 1곳은 대졸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대기업도 3곳 중 1곳에 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 '2020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응답 기업 126곳 중 19.0%가 상반기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8.8%는 한 명도 뽑지 않겠다고 했다.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기업은 32.5%였다. 전체의 5.6%만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조사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지난달 2~19일 실시한 것으로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고려할 때 대기업 고용 시장은 이번 조사 결과보다 훨씬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대졸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로 △ 국내외 경제·업종 상황 악화(43.6%) △ 회사 내부 상황 악화(34.6%) △ 신입사원 조기 퇴사·이직 등 인력유출 감소(24.4%) △ 인건비 부담 증가(19.2%) △ 신규채용 여력 감소(10.3%) 등을 꼽았다.
올해 채용시장 특징으로는 △ 경력직 채용 증가(62.7%) △ 대졸신입 수시채용 증가(51.6%) △ 정규직 전환형 인턴제도 도입 증가(26.2%)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규채용 확대(26.2%) △ 블라인드 채용 확산(15.1%) 등이 거론됐다.
대졸 신입채용에서 이미 수시 채용을 도입한 기업은 52.4%로 절반이 넘었다. 앞으로 도입할 계획인 기업도 14.3%로 조사됐다.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 이공계 졸업생 채용 비중은 평균 61.5%로, 작년 상반기(57.5%)보다 4.0%포인트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12가지 기술 중 가장 인재가 필요한 분야는 △ 빅데이터(63.5%) △ AI(인공지능·38.9%) △ IoT(사물인터넷·24.6%) △ 첨단소재(21.4%) △ 로봇(20.6%) △ 신재생에너지(20.6%) 순으로 조사됐다.
대졸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 유도(50.0%) △ 고용증가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 확대(49.2%) △ 신산업·신성장동력 육성 지원(35.7%) △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31.7%) △ 미스매치 해소(19.0%) 등이 꼽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