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승계·노동,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답해라"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이라는 핵심 의제에 대해 결국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삼성의 변화된 모습을 간접적 방식으로 내보일 게 아니라 총수가 국민 앞에 확실히 약속해 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 7개 관계사에 권고문을 송부하고 30일 내 회신을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준법위는 권고문에서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삼성 최고경영진에게 요구되는 3대 준법 의제를 제시하고 의제별 개선방안을 권고했다.

준법위는 그간 벌어진 삼성의 불미스러운 일이 대체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하고, 과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반성·사과하고 대국민 재발방지 약속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7개 관계사는 일반 주주 이익을 지배주주 이익과 동일하게 존중하고 일부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준법위는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이 삼성 기업가치에 커다란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전제하고, 노사가 노동 법규를 준수하고 상생하는 것이 기업 지속가능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삼성 계열사의 노동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반성 및 사과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노사 간 소통을 기반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관련해서는 삼성이 그동안 시민사회와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보고 이재용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 시민사회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 실행방안을 마련해 공표해 달라고 권고했다.

준법위 활동이 총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준법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이 부회장과 관계사가 마련해 공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준법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근간으로 삼성 윤리 준법경영을 위한 파수꾼 역할에 집중하고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다짐한 결과물”이라면서 “이번 권고가 삼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됨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는 울림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