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클롭과 무리뉴

[기자수첩] 삼성, 클롭과 무리뉴

독일 출신 위르겐 클롭은 세계 최고 인기를 누리는 영국 프리미어리그(PL) 리버풀FC 감독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두 게임만 남겨 뒀다. 프리미어리그 30년 역사에서 리버풀FC의 첫 리그 우승을 앞뒀으니 리버풀은 물론 세계 축구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클롭은 자신이 선수 생활을 평범하게 해서인지 무척 겸손하다. 맡은 팀마다 성적을 수직 상승시키며 지금은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5부 리그 수준'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는 자신을 '노멀 원', 즉 평범한 감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그의 리더십과 인기 비결이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자신을 '스페셜 원'이라고 부른 포르투갈 출신 조제 모리뉴 감독은 세계 최고 축구 감독 자리에서 내려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서 해임됐고, 이번에는 토트넘 홋스퍼 FC에서도 성적 하락으로 코너에 몰렸다. 팀내 핵심 선수가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탓도 있지만 성적 하락 원인을 그의 독선적 리더십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1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이라는 핵심 의제에 대해 결국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삼성의 변화된 모습을 간접 방식으로 내보일 게 아니라 총수가 국민 앞에 확실히 약속해 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보며 클롭과 모리뉴가 생각났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된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요즘 부쩍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무노조 경영을 사실상 포기하고, 기회가 날 때마다 '국민 눈높이'와 '상생 협력'을 강조한다. 급기야 독립적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려서 총수를 포함해 모든 경영 활동에서 준법 감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이날 요구는 이런 그동안의 요구에 마침표를 찍어 달라는 것이다.

삼성을 대하는 국민의 기대에는 '스페셜 원', 공동체 가운데에서는 '노멀 원'이라는 다소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어쩌면 최고 기업 삼성이 짊어진 숙명이다.

이런 때일수록 삼성이 진정한 '노멀 원'의 모습을 보인다면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