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라임이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을 도입을 미루고 있어 무면허 운전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초·중·고등학생 및 무면허 이용자들이 다수 몰리면서 사고 위험과 범법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라임은 국내 사업 중인 주요 업체 중 유일하게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 없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상 전동킥보드는 이륜차로 분류돼 원동기 혹은 자동차 면허 소지자만 운행할 수 있다. 무면허로 킥보드를 운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무면허 운전과 같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킥고잉·고고씽·씽씽·스윙' 등 국내 업체들은 가입이나 이용 도중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면허증 사진이나 면허번호를 제출받아 도로교통공단 데이터와 대조하는 방식을 쓴다. 국내 기업 뿐 아니라 '빔·윈드' 등 다른 글로벌 업체들도 이 방식을 도입한 상태다.
서울시 등 정부 당국에서도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을 갖출 것을 강하게 권고해 왔다. 업체들은 서비스 준비 단계에서부터 모듈을 준비해 중점적으로 대응했다. 업계 차원에서도 자정을 촉구했다. 코스포 산하 퍼스널모빌리티 협의회는 면허 인증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업체는 회원사로 받지 않고 있다.
라임 역시 지난해 10월 국내 서비스 출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회원 가입 시 운전면허를 필수적으로 등록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출시 반년여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유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사업을 오래 해야 하니 문제를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외국 업체라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라임처럼 운영하면 우리도 외국인이나 면허가 없는 학생 포함 고객층을 훨씬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라임 측에 면허 인증 도입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전동킥보드 법적 지위 자체가 불분명해 운영사업도 명확한 의무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퍼스널모빌리티 산업을 전담할 주무부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자체 간담회나 공문을 통해 자율 도입을 유도하는 방안이 유일하다. 그러나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영업정지 등 처분을 내릴 근거가 없다.
라임은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 미국 본사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업체들 방식 역시 인증에 허점이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