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이 두 달 공석 이후 임명된 세 번째 보좌관과 함께 어떤 그림을 그릴지 주목된다. 경제보좌관은 거시경제 운용 방향과 점검 등을 관장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전임 보좌관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새를 보였다. 경제 분야 수석이 별도로 있는 상황에서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신임 박복영 경제보좌관은 지난 9일 인사 발표 이후 다음날인 10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경제보좌관은 올해 초 전임 주형철 보좌관의 사임 후 공석이었다.
박 보좌관은 주 전 보좌관이 담당했던 신남방정책 등에 대한 업무파악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보좌관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 당연직 간사위원도 겸한다.
정보기술(IT)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주 전 보좌관과 달리 학자 출신에 무역통상 전문가인 박 보좌관이 어느 분야에 주력할지 시선이 집중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이나 비서관과 달리 보좌관은 '롤'이 명확하지 않다. 중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주요 추진 업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첫 번째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전 보좌관은 대선 캠프 때부터 'J노믹스'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의 밑그림을 마련하며 '실세보좌관'으로 불렸다. 김 보좌관은 취임 후 신남방 정책에 힘썼다. 두 번째 주 전 보좌관은 신남방은 물론 '혁신조달'에 역점을 두며 혁신성장에도 힘썼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쌓은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별 기업인 간담회를 30회 넘게 개최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박 보좌관은 앞선 두 명의 전임 보좌관과는 다른 업무에 치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가 지난 1월 주 보좌관 사임과 함께 조직을 재편하면서 경제보좌관실에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신남방·신북방정책 및 정상외교를 지원하는 자리다. 경제보좌관 산하지만 실제 업무는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경제보좌관은 신남방에서는 경제수석과 신북방에서는 평화기획비서관과 업무가 중복됐다”면서 “전임 보좌관이 혁신조달 정책 등에 집중했던 것도 그런 이유 중에 하나”라고 전했다.
새로운 역할론을 보여야 할 신임 박 보좌관으로서는 코로나19로 균열이 생긴 신남방 국가에서의 우리 기업 활동 지원을 먼저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무역 전문가인데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지시한 코로나19 음성판정 기업인 예외입국 허용 협의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지 정부는 외교채널이, 우리 기업과의 소통은 경제보좌관이 담당하는 식이 예상된다.
기업 관계자는 “경제보좌관이 공석이라 청와대와의 소통창구가 마땅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새 경제보좌관이 현장행보도 많이 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공적개발원조(ODA)를 주요 업무로 선택할 수도 있다. 신남방정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박 보좌관은 지난 연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원조는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청와대에 전담 비서관직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보좌관이 물러나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전임 보좌관과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김 전 보좌관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함께 청와대 실세 3인방으로 불렸지만 작년 초 특정세대에 관한 발언 논란으로 징계성 사임을 한 바 있다. 주 전 보좌관은 올해 초 총선 출마를 위해 취임 1년도 안 돼 사임하면서 '청와대 보좌관 자리가 총선 발판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돌연 총선 출마도 철회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청와대 보좌관은 경제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 두 자리다. 과기보좌관은 이공주 보좌관이 지난달 사임하면서 후속 인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