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을 주도한 폭스바겐 티구안이 2020년형으로 다시 돌아왔다. 차명 티구안(Tiguan)은 독일어로 타이거(Tiger)와 이구아나(Leguan)의 합성어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수입차 연간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이자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난 10년간 500만대 이상 팔려나갈 만큼 인기가 높은 폭스바겐의 독보적 베스트셀러다.
티구안 인기 비결은 동급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이다. 소비자가 SUV에 요구하는 실용성에 경제성, 우수한 품질과 주행성능, 풍부한 첨단 장비까지 동급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능숙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같은 차 2020년형 티구안을 시승했다.
티구안은 2세대로 진화하면서 뼈대부터 완전히 바꿨다. 차세대 MQB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 비율이 날렵해졌고, 차체 중량은 50㎏가량 줄었다. 외관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둥글둥글했던 1세대에 비해 직선을 활용한 단정한 모습이다. 좌우로 길게 연결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진 LED 헤드램프 디자인은 시각적 안정감을 더한다. 각진 범퍼 디자인과 범퍼 하단 허니컴 그릴로 역동성을 표현했다.
차체 크기도 커졌다. 전장은 4485㎜로 기존보다 55㎜, 전폭은 1840㎜로 30㎜ 길어졌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76㎜ 늘어난 2680㎜에 달한다. 공기역학적 성능 개선으로 공기저항도 40% 줄었다. 차체 측면 캐릭터 라인은 LED 리어램프로 이어져 후면이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보이는 효과를 줬다.
실내로 들어서면 직선을 통한 깔끔한 구성이 외관과 통일감을 준다. 폭스바겐 고유의 우수한 조립 품질과 정갈하고 단정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가 조절 가능해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앞뒤로 슬라이딩도 지원해 트렁크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트렁크는 2열 시트를 앞으로 이동 시 615ℓ를 수납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655ℓ까지 넓어진다.
12.3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와 맞춤형 메뉴가 적용된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연비는 물론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주행 정보를 계기판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편리한 기능이다. 주행속도 등 주요 주행 정보를 스크린에 투영해 보여줌으로써 도로에 시선을 유지한 채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본격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신형 티구안은 1968cc 커먼레일 직분사 방식을 적용한 2.0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를 조합했다.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디젤 엔진으로 도심형 SUV에 최적화된 출력과 효율성이 특징이다. 정차 시 진동과 소음은 다소 크게 느껴진다. 운행을 시작하면 큰 불만은 없다.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34.7㎏·m이다. 가속력을 가늠할 최대토크가 1750~3000rpm까지 실용 영역에서 고르게 뿜어져 넉넉한 힘을 보여준다. 넓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돼 저속이나 시내 주행에서도 경쾌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 시간은 9.3초, 최고속도는 202㎞/h 수준이다.
DSG 변속기는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다. 현존하는 변속기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변속기 중 하나다. 0.02초 만에 기어 변속이 가능하며, 시프트다운 시 변속 충격이 전혀 없다는 장점을 지녔다. 일반 자동변속기와 같이 사용이 쉽고 편리하지만 스포츠 주행상황에서는 수동보다 빠른 가속력을 보인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편안한 승차감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다른 독일차처럼 너무 단단하지 않은 설정으로 부드럽게 요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운전대는 다소 가볍게 느껴졌다. 저속에선 큰 문제가 아니지만, 고속에선 안정감을 위해 더 묵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양한 첨단 보조 시스템도 티구안 인기 비결이다. 시승 시 가장 큰 만족도를 보여준 건 트래픽 잼 어시스트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레인 어시스트가 결합된 기능으로, 정지 상태에서 60km/h까지 주행 시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유지를 보조해줬다. 교통 정체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한하다. 서울 도심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주행이 많은 곳에서 운전자 주의 저하로 인한 사고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4000만원 초반대 가격에 풍부한 첨단 장비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 전방추돌경고, 긴급제동시스템,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트래픽 잼 어시스트, 레인 어시스트, 사각지대 모니터링, 파크 파일럿 등을 모두 기본으로 제공한다.
치열해진 콤팩트 SUV 시장 경쟁 속에 시승을 통해 체험한 티구안은 다시 한 번 폭스바겐 재도약을 이끌 만큼 충분한 상품성을 보여줬다. 폭스바겐은 최근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연장에 따라 티구안 가격을 인하했다. 프리미엄 모델은 4250만원에서 4117만9000원으로 132만1000원, 프레스티지 모델은 4550만원에서 4411만3000원으로 138만7000원 내렸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